최근 정부 그린뉴딜 정책의 하나인 ‘아파트 AMI 사업’의 사전 규격이 공개되면서 관련 업계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

규격에 따라 사업 참여 여부뿐만 아니라 수익구조 등이 결정되는 만큼 업체들은 해당 규격이 현장에 반드시 필요한지, 부적합한 규격은 아닌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아파트 AMI 사업은 이미 10년간 사업을 추진해온 ‘한전 AMI 사업’이라는 표본을 갖고 있다. 때문에 AMI 사업과정에 어떤 애로점이 있는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파악하는데 훨씬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한전의 AMI 사업은 규격으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AMI 사업규격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게 AMI 업계의 하소연이었다.

계량기만 보더라도 10년간 4차례나 다른 스펙의 계량기가 요구됐고, 이제는 보안계기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술발전에 따라 규격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전 사업과 다른 규격으로 인해 교체비용이 들더라도 더 큰 지출낭비를 막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규격을 바꾸는 게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품 간 스펙 차이가 크거나 수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유니크한 방식의 규격을 제시하면 업체들이 겪는 시행착오는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그만큼 검증할 시간도 충분히 둬야 한다. 지금처럼 2~3년에 한 번씩 계기가 바뀌는 상황이라면 설치 수명이 10~15년 이상인 계량기의 성능을 검증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로서는 규격에 맞춰 개발하는 데만 2~3년이 걸리는데, 2~3년마다 규격이 바뀌면 제품 납품은 고사하고 수 백억원이 들어가는 개발투자만 하란 소리냐”고 토로했다.

이런 부분은 결국 개발 회피, 저가 제품 생산 등의 문제로 연결된다.

AMI 업계는 한전 사업의 시행착오를 아파트 500만호 사업에서도 똑같이 겪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고 있다.

아파트 AMI 사업의 사전 규격에 대한 의견수렴이 지난 14일로 마무리됐다. 일부 업체들은 현재 나온 규격의 문제를 강조하면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AMI 사업은 그린뉴딜 정책 가운데 하나로, 업계의 관심과 기대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적 프로젝트다. 한전 AMI 사업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업계 의견과 해외 규격을 참고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사업성공과 AMI 업계 성장은 물론 이를 통해 정부가 구현하고자 하는 정책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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