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 고 말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이 전력산업 전체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 2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되지 않도록 종합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 발언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김 실장은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도 구성요소 중 하나”라며 산업 경쟁력을 위해 전기요금은 낮게 유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는데, 전기요금을 통한 산업계 지원에 대해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이 통상문제의 시각으로 볼 때 바람직한 것인지는 우려되기도 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17년부터 한국전력이 발전 자회사로부터 저가로 전기를 구매해 간접보조금 형태로 철강업계를 지원했는지 여부를 조사했으며, 지난 3월 초 한국산 도금강판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최종 결정은 했지만, 전체 전기사용량의 25%를 차지하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에 대해 미국 정부는 그동안 생산원가를 낮추는 보조금이란 주장을 계속해 왔다.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전기요금 관련 합리적인 논의조차 하지 못하도록 선을 그은 것이다. 전기요금 체계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전기 생산원가의 80%를 차지하는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이 있어도 전기요금은 정부가 결정하기 전까지 요지부동이다.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구입하는 전력구입비인 SMP가 지난해 평균 90.74원/kWh 이였는데, 올 9월 평균 55원/kWh까지 떨어졌다. 한전이 판매하는 전기요금이 평균 109원/kWh 정도 로 추정되는데, 판매마진 측면에서 본다면 한전은 지난해 20원/kWh 정도 마진을 거뒀고 올해는 50원/kWh까지 벌어졌다. 올해 한전의 영업이익도 덩달아 올라 2분기 까지 약 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4조원 가량의 영업이익도 기대된다. 사실 정상적인 요금구조라면 저유가로 인해 생산 원가가 낮아진 만큼 소매 원가도 낮아져 국민들에게 요금을 인하해 줘야 한다. 그런데 정책결정을 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 고 하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 탈원전 탈석탄을 과감하게 추진하다 보니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리 방어막을 친 느낌도 있지만, 이는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발언이다.

전력시장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전원별 정산단가는 원자력인 58.31원/kWh, 석탄이 86.20원/kWh, LNG 118원/kWh, 신재생 99.98원/kWh으로 집계됐다. 당연히 가격이 58.31원/kWh ~ 86.20원/kWh 하는 발전소를 줄이고 118원/kWh ~ 99.98원/kWh하는 발전소를 늘리는데 요금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상식적이라면 국민들에게 미래세대를 위해 깨끗한 에너지는 사용하는 만큼 비용지불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득하면 되는데, 정부는 무작정 요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 술 더떠 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다. 안정적이며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합리적인 요금체계 개선 논의 없다는 말로 들려 씁쓸하고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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