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와 직류는 테슬라와 에디슨 두 거인의 전기전쟁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뉴욕에서 최초로 시작된 상업발전은 에디슨의 직류 발전이었다. 그 후 직류와 교류의 경쟁 시기를 지나 나이아가라 수력발전소가 테슬라의 교류발전기술을 채택한 웨스팅하우스에 의해 세워짐으로서 교류 발전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그후 백 수십년 동안 인류는 교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교류 전기는 회전하는 발전기축에 연결된 코일에서 발생하는 회전 자장으로 부터 전기적인 에너지를 얻는 전기기계 물리학 (Elctromechanical Physics)을 기초로 하고 있다. 회전하는 축과 회전자장의 상태에 따라 주파수와 유효전력, 그리고 전압과 무효전력의 특성이 정해지고, 계통망 안정성은 이 두 가지 특성에 지배되는 교류전기의 안정성이라 하겠다. 전세계 계통운영기관에서는 이것을 기반으로 계통망 안정성을 담보하는 그리드 코드를 제정, 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른바 “신뢰도 고시”라 불리는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 고시를 두고 있다. 여기에 담겨있는 계통망 안정성 기준은 “과도안정도”, “전압안정도”, “주파수안정도”로 세분화 되어 있으며, 이는 실시간 계통운영 감시 영역에서 부터 15년 후 미래의 계통을 설계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영역까지 폭 넓게 적용된다.

IEEE와 CIGRE 통합 위원회에서 지난 4월 “인버터 연계 설비의 비중이 높은 계통망 안정성의 정의 및 특성” (Stability definition and characterization of dynamic behaior in systems with high penetration of power electronic interfaced technologi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인버터 설비 비중이 높은 계통에 진동형태의 불안정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이며, 이를 계통망 안정성 기준에 추가하여 종래의 기준에서 확대된 새로운 계통망 안정성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림에서 보듯이 기존의 분류에 “Converter-driven Stability”, 그리고 “Resonance Stability”라는 두 개의 새로운 분류가 추가된 것이다.

인버터 (또는 컨버터)는 직류전기와 교류전기를 상호 변환하는 장치인데 직류전기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설비가 교류 계통에 연계되기 위해 필요한 장치이다. FACTS, HVDC와 같은 송변전 설비부터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 발전설비, ESS로 대표되는 전기저장설비, 그리고 에어콘,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 까지 다양하다. 지금도 발전설비부터 송변전 설비, 배전계통에 연계된 소규모 태양광설비까지 계통망의 모든 계층에서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인버터는 계통의 변화시 동기발전기와 같은 교류설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응답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로 인해 계통운영시 새로운 형태의 계통망 불안정 현상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불안정성의 구체적인 예로 계통의 비선형 진동현상을 들고 있다. 진동현상은 교류계통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이나 인버터 설비의 비중이 증가하게 되면 기존에 비해 새롭고 훨씬 다양한 형태의 진동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 “계통 관성의 감소”, “사고시 주파수 응답특성의 감소”, “단락전류 기여도로 표현되는 계통강건성 감소”의 세가지를 꼽고 있다. 우리도 이미 친숙해진 재생에너지 확대가 계통 특성에 미치는 영향이 되겠다.

지금 막바지 단계에 와있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4년까지 우리나라 재생발전설비의 목표치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절차에 따르면 재생 발전설비 연계에 따른 계통망 안정성 검토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된 후에 진행되는 한전의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서 시행될 것이다. 현재의 기술추세가 그렇듯 재생발전설비는 대부분 인버터를 통해 계통망에 접속될 것이다. 이때 송변전설비 증설 계획의 적정성 검토는 계통망 안정성 기준의 준수로 부터 시작하는데 아직 인버터의 특성을 고려한 계통망 안정성은 검토 기준에 들어가 있지 않다. 우리 뿐 아니라 인버터 설비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유럽의 ENTSO-E에서도 새로 추가된 안정성 기준을 반영하고 있지 않은데, 기존의 계통해석 환경에 인버터 특성을 반영한 통합 해석환경과 송전과 배전의 구분을 없앤 송배전 통합 모델이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HVDC와 MVDC등 여러 방식으로 재생발전원 계통연계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지금의 송변전설비계획이 앞으로 송배전설비계획으로 확장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십여년 후면 우리는 인버터 설비의 비중이 높은 계통망을 갖게 된다. 앞으로 십년이 미래 계통이 경험하게 될 불안정성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기간으로 유용하게 쓰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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