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유연성 메커니즘 중 하나로 비용효율적인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및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을 거쳐 내년부터는 5년동안 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이 시작된다.

배출권 전량이 무상으로 할당됐던 1차 계획기간과 달리 2차 계획기간에서 유상할당이 시작됐는데 전체의 3%에 불과했다. 그러다보니 배출권거래제가 기업들의 감축투자를 유인하지 못하고 단지 규제의무이행 수단으로만 인식됐다. 이에 정부는 3차 계획기간부터 유상할당 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확정했다.

작년 말 발표된 정부의 ‘제3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 따르면 배출권 가격을 톤당 2만7000원으로 가정하고 10% 유상할당시 3차 계획기간 중 배출권 할당수입은 3조1050억원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상할당 비율을 20% 또는 40%까지 확대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유상할당 수입은 각각 6조원 또는 12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

아직 부문별 배출권 할당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배출권 할당수입의 대략 절반은 발전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환경부는 내년부터 연료별 배출계수가 아닌 일명 통합 BM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BM이란 석탄의 배출계수와 LNG의 배출계수를 동일하게 통합적으로 설정한 후 발전량에 따라 배출권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즉 석탄발전에 대해서는 실제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간주해 배출권을 적게 할당하고 LNG 발전에 대해서는 실제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간주해 배출권을 많이 할당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발전은 모자란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야 하며 LNG 발전은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수입을 얻게 된다.

배출권 구매비용이 발생하면 연료가격에 이를 더한 값을 변동비로 간주함으로써 석탄의 발전단가를 올리고 배출권 판매수입이 발생하면 연료가격에서 이를 차감한 값을 변동비로 간주함으로써 LNG의 발전단가를 낮추는 것이 환경부가 계획하고 있는 환경급전 및 연료전환의 핵심이다. 게다가 LNG 가격이 오르면 통합 BM 하에서 환경급전의 실현을 위해 유상할당을 대폭 늘려야 한다. 발전원별 부담 비율과 상관없이 발전부문 전체는 상당한 규모의 배출권 할당비용을 부담할 것이다.

그런데 발전부문에서 징수한 할당수입이 발전부문의 연료전환을 위해 쓰일 것 같지는 않다. 연료전환의 추진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책임이고 할당수입금은 환경부가 알아서 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석탄발전은 부담만 잔뜩 지고 수명이 한참 남았어도 그냥 문을 닫아야 하고 우리는 전력 수급위기를 걱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석탄발전은 기저발전으로서 당분간 동·하계 전력수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에너지전환의 모범국가인 독일 및 덴마크는 석탄발전소가 수명 도래 이전에 연료전환을 할 때 투자비 혹은 운영비를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배출권거래법 시행령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설비 설치 등에 금융, 세제, 보조금 등의 지원이 가능함을 명시하면서 구체적 사업을 규정하고 있는데, 석탄발전의 연료전환은 분명 이에 부합해 보인다.

전환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면서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석탄발전소 60기 중 최소한 10기 이상이 완공 후 30년 경과 이전에 LNG로 연료전환을 해야 한다. 그런데 배출권 할당수입금으로부터의 재정 지원이 없는 연료전환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돼 국민들의 부담을 늘리고 산업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다. 따라서 배출권 할당수입의 일부를 석탄발전소의 조기 연료전환에 지원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

프로필

- 서울대학교 박사(경제학)

-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 산업통상자원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 위원장

-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자원개발 2차 TF 위원

-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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