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초고압 잡아라”…중전기기업계, 新시장 선점 ‘대전’
170kV GIS 신시장 동력 주목
가스·VI 등 신기술 속속 등장
작성 : 2020년 09월 02일(수) 18:58
게시 : 2020년 09월 04일(금)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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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 변전소 전경.(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국내외 중전기기분야 대표기업들의 이목이 ‘친환경 초고압 기자재’로 쏠리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 영향성이 새로운 척도로 부상하며 친환경 초고압 기자재 출시를 향한 기업들의 연구·개발(R&D)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업계 움직임은 대내외적인 기업환경 악화 흐름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중전기기업계는 전력설비 공급용량 포화에 따른 신설물량의 감소에 더해 업체 수 증가로 과당경쟁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신제품 확보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것이다.

◆친환경 기자재, SF6 감축 방점…선진국 대비 기술격차 ‘여전’=2005년 화석연료에 의한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를 제한하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발표되면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화됐다.

이후 2016년 체결된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중전기기 산업계의 친환경 투자 확대에 불을 지폈다. 이 협약을 통해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을 목표를 설정하면서 육불화황(SF6)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에서 관련 R&D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중전기기 산업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먼저 성과를 낸 건 배전기자재 부문이다. SF6를 대체하기 위해 혼합가스, 질소가스, 공기·고체절연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돼 제품으로 출시됐다. 현재 52kV 이하 배전 분야에서는 공기·고체절연 방식의 개폐기가 상용화된 상태다.

초고압 대용량 개폐장치의 경우 진공밸브를 활용한 진공차단기술(VI)도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72.5kV 이상 초고압 분야에서는 차단부는 진공밸브를 이용하고 주위 절연은 SF6를 저압력으로 충전·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친환경 개폐기에 대한 요구가 커짐에 따라 SF6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기술·제품에 대한 R&D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다만 여전히 선진국 글로벌기업과 비교해 낮은 기술력은 국내 중전기기업계가 넘어서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산업계는 SF6 절연기술 중 ‘배전 아크소호(VI)’를 제외한 전 항목에서 선진국보다 기술력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초고압 중전기기 또한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인 기술 항목은 ‘계통 해석기술’과 ‘제조·공정 기술’ 등 2개뿐이다.

특히 초고압 GIS(가스절연개폐장치) 기술의 경우 핵심기술 이전 기피현상 등 선진국의 기술보호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계의 기술종속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 들어 그린뉴딜 등 환경영향성을 강조한 정책이 시행되면서 친환경 기자재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산업계가 중장기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70kV GIS ‘태풍의 눈’ 부상…개발방식 ‘천차만별’=170kV 클래스에 적용되는 GIS는 국내에서 친환경 초고압 기자재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이미 대기업 ‘중전4사’를 비롯해 중소·중견기업까지 R&D에 뛰어들면서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SF6 저감’이라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기술개발은 가스·VI 등 두 방식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본지가 한국 전력연구원으로부터 입수한 ‘SF6가스 대체가스 개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가스방식의 경우 ▲Novec4710 ▲드라이에어(Dry-Air) ▲CO2 ▲N2 등 4개 가스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먼저 Novec4710은 GIS 사용을 위해 CO2를 혼합할 경우 상온에서 절연가스로 사용할 수 있는 대체가스로 꼽힌다. CO2 혼합비율에 따라 지구온난화지수(GWP)를 500 이하로 낮출 수 있으며 소화성능(냉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절연 파괴를 일으키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전압을 나타내는 절연내력은 SF6를 ‘1’로 할 때 0.8~09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 이 가스를 활용해 GIS 개발을 진행 중이다.

Dry-Air는 O2(20.95%), N2(78.08%), Ar(0.93%) 등으로 구성된 가스다. 절연내력은 0.37~0.4 수준으로 GWP는 ‘0’이다. 현재 지멘스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 중인 일진전기가 절연가스로 Dry-Air를 채택하고 있다.

또 CO2와 N2 가스의 각각 절연내력비는 0.32~037, 0.34~0.43이며 GWP는 1, 0의 특성을 가졌다. Dry-Air를 포함해 이들 가스는 Novec4710과 달리 혼합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례로 현시점에서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곳으로 꼽히는 LS일렉트릭의 경우 절연가스로 g3(CO2, O2, 프로오니트릴 혼합가스)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초고압용 VI 방식은 이제 막 차단부 기술이 개발완료된 상태로 국내에서는 비츠로이엠이 유일하게 관련 제품을 출시할 전망이다.

최근 한전 전력연구원 컨소시엄(전력연구원·비츠로이엠·한국전기연구원·한양대학교·한국전기산업진흥회)은 절연물질로 SF6를 사용하지 않은 VI 방식의 친환경 개폐기 차단부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초고압 개폐기의 핵심 영역인 차단부에 적용되는 기술로 전력연구원이 비츠로이엠으로 기술이전을 완료하면 GIS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오승열 한전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초고압용 VI 세계 최초 산업계 발전 기여할 것”

전력연구원 컨소시엄
VI 차단부 기술 개발 완료
비츠로이엠에 기술 이전
국산품 세계 경쟁력 확보

한전 전력연구원 컨소시엄(전력연구원·비츠로이엠·한국전기연구원·한양대학교·한국전기산업진흥회)은 지난달 20일 절연물질로 SF6를 사용하지 않는 진공차단(VI) 방식의 친환경 개폐기 차단부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2016년 개발에 착수한 지 42개월 만에 거둔 성과로 초고압 개폐기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는 세계 최초다.

이번 과제를 총괄한 오승열 한전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외 중전기기 산업계에서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부분이 SF6의 저감인데 한전에서 친환경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선보이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고 개발 소감을 밝혔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민간·공공부문의 현장 일선에서 중전기기 연구를 지속해온 신기술 적용 차단기 분야 전문가다.

앞서 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SF6의 감축을 위해 친환경 170kV GIS(가스절연개폐장치) 개발을 추진했다. 이번에 개발된 VI 기술은 ‘불소계 혼합가스 적용 GIS’ 기술과 함께 한전이 진행한 신규 개발과제의 중 하나로 초고압 개폐기 적용을 목표한 신기술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SF6를 대체할 수 있는 절연내력 확보가 관건이었다. 파센커브(Paschen’s law)에 따르면 진공 상태에서는 압력을 높여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절연내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절연내력 증가를 위해 추가 압력만 가하면 되는 SF6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진공차단 방식에서 충분한 절연내력을 확보하려면 극간거리를 넓혀야 하는데 이때 벨로우즈(주름관)가 찢어지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신축기능을 구현해 극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벨로우즈를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한 신기술을 통해 강도를 극대화한 게 이번 과제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또 “VI 차단부 특성상 접점이 세라믹 내부에 위치하는데 열방출을 최소화해 열화정도를 균일하게 했다”며 “접점과 진공을 이루는 세라믹 부분에 실드(보호막)를 더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이 기술은 컨소시엄 참여사인 비츠로이엠에 이전돼 실제 GIS 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VI 적용 제품이 지구온난화지수(GWP)가 ‘0’인 만큼 친환경 전환에 기여하는 동시에 국내 중전기기 산업계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상당수 기업들이 가스방식으로 170kV GIS를 개발하고 있으나 대다수가 글로벌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보호를 이유로 초고압 개폐기 핵심기술의 이전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속적으로 글로벌기업에 로열티가 지급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발전이 요원하다는 게 오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170kV GIS와 같은 신시장은 단순히 시장에 진입하는 것 외에도 앞으로 어떻게 산업 생태계를 가져갈 것인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친환경 기자재에 대한 수요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중전기기 산업계의 기술력 제고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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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gg@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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