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주(北周)의 역사서인 `주서(周書)'에 등장하는 태조는 나라가 위기를 맞자 이를 안정시키며 자신의 위엄과 권위를 드높였다.

여기에서 유래된 ‘부위정경(扶危定傾)’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신년 화두로 꼽았던 사자성어다.

미국발 금융·경제위기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할 무렵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위기에 닥쳤을 때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준비를 하면 위기가 지나간 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자는 게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메시지다.

전선업계 또한 최근 상황이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도 있지만 과거부터 존재해온 먹거리창출과 출혈경쟁 등을 해결하지 못하며 오래된 위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이 큰 변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전선조합은 기존의 두 개 팀 대신 사업본부, 기획전략본부, 기술본부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이달 1일자로 단행했다.

조합의 미래를 생각하는 기획전략과 단체표준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본부급에서 다루겠다는 의도다. 또 3개 본부 밑에 6개 팀과 1개 센터를 둬 업무분장을 세분화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전문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인데, 한편으로는 담당 직원의 성과 또한 명확하게 보이는 구조다.

전선업계가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전선조합 또한 그동안 소소한 개편 정도로 그치는 등 조직구조와 업무에 큰 변화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전선조합이 이처럼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선 것은 시대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세상이 변하고 있고 이에 맞춰 조합이 회원사들을 리딩하기 위해 먼저 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당장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 변화보다는 현재를 유지하며 위기가 넘어가길 기다릴 수도 있다.

전선조합의 변화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라는 흔한 문구처럼, 전선조합의 이같은 시도가 전선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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