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조명업계 사람들을 만나보면 2011년 11월 LED조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을 당시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그 때 LED조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고 삼성, LG, SK, 현대, 포스코, 동부 등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모두 현재까지 시장에 남았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됐을까 하는 아쉬움을 내비친 것이다.

당시 LED조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을 비롯해 금호전기, 우리조명 등 중견 조명업체들의 조달시장 진입이 차단됐다.

대신 대기업은 LED칩, 패키징 등 광원 부분과 벌브형LED, MR, PAR 등 대량 생산 가능제품에 주력하고, 중소기업은 조달시장과 민수시장을 중심으로 소량 다품종 조립제품을 담당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게 당시 적합업종 선정을 결정한 동반성장위원회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중견 조명기업의 조달시장 진입이 막히면서 각자 구축했던 LED공급 밸류체인은 완전히 무너졌고, 국내 시장의 실적 부진은 곧 해외진출에도 악영향을 끼쳐 시장의 대표로 불릴만한 스타기업이 단 한곳도 등장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현재 국내 LED조명시장에서 대기업들은 모두 철수하고 지금은 조달시장에 의지하고 있는 조명업체, 민수시장용 저가제품 등을 생산하는 시장업체, 유통업체 정도만 살아남은 상태다.

그리고 이들의 부품공급과 생산, 유통 활동을 지원하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손만이 국내 조명시장을 휘젓고 있다.

한때 녹색성장의 핵심 산업으로 각광받던 LED조명 시장은 불과 10년 만에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

누구나 LED모듈과 컨버터, 등기구를 사다가 조립만 하면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없고, 이미 중국산 부품과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시장을 장악해 국내 조명업체가 설 자리는 없다.

또 수요처에서도 오로지 가격과 효율만 강조해 등기구 업체만의 디자인이 가미된 조명제품은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재 공급과 부품생산, 조립, 유통 등 LED조명 공급체인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하나같이 ‘죽겠다’고 하소연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조명업계 내부의 힘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조명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스마트조명, 인간중심조명(HCL) 등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고 해서 왜곡된 국내 조명시장이 바로잡힐 것 같지는 않다.

해법을 찾자면 조명시장의 판을 바꿀 만큼의 거대한 변화가 있어야만 겨우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무력감에 빠져 있는 조명 관련 조합들과 각 협단체, 학계, 수요처 등이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은 뒤 헤쳐모여 강력한 구심점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숨만 붙어 있는 조명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첫 번째 발걸음일 것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이 일이 과연 시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국내 LED조명산업의 현실이 강심보루(江心補漏, 강 한복판에서 배가 새는 것을 고친다는 뜻으로 위험을 피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말)의 상황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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