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헌 S&P Global Platts 수석특파원
이종헌 S&P Global Platts 수석특파원

동북아시아에서 거래되는 액화천연가스(LNG) 현물가격은 2014년 상반기까지 MMBtu당 20달러를 오르내렸으나 이후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리면서 2018년에는 10달러 수준으로 내려앉더니 지난 5월에는 2달러도 무너졌다. 6년 만에 1/10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현재는 3달러 중반으로 약간 회복했으나 여전히 매우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유럽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의 가격도 현재 2달러 중반으로 2018년 10달러보다 한참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은 미국이 셰일혁명을 이루면서 공급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헨리허브는 올 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가 현재는 2달러 초반에 거래되고 있는데, 셰일혁명의 효과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08년 10달러의 1/5 수준이다.

미국 자신조차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천연가스의 생산 폭증으로 수입을 위해 만든 기화터미널을 수출용 액화터미널로 개조하면서 LNG 수출을 대폭 늘리자 기존의 거대 LNG 수출국이던 카타르, 호주 등이 시장잠식을 막기 위해 수출물량을 대량으로 늘린데다가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러시아도 LNG 수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격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한 것이다.

그런데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이러한 가격 하락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주로 20년 장기계약으로 들여오는데다가 도입가격이 국제유가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도 2014년 하반기 이후 많이 하락했지만 OPEC+의 감산,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리비아의 생산차질 등으로 상당한 반등을 이뤄 효과가 반감되었다.

우리나라의 LNG 도입가격은 일본의 원유수입가격 지표인 JCC(Japan Crude Cocktail)에 연동돼 있는데 일본이 수입하는 원유가 주로 중동산이기 때문에 두바이 유가와 연계돼 있다.

중동산 원유는 품질이 좋지 않아 미국의 WTI유보다 가격이 낮았는데 미국의 원유생산은 급증한 반면 중동국가들은 생산을 줄이면서 두바이유가 더 비싸졌다. 북해산 브렌트유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유가하락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도입하는 LNG가 아직도 유가에 기계적으로 연동돼 있는 것은 난센스이다. 일본이 아시아국가로는 처음으로 LNG를 도입할 1969년 당시에는 중유가 발전용으로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LNG 가격이 경쟁연료인 석유와 연계됐지만 지금은 ‘비싼’ 석유는 발전용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원유가 넘쳐나는 중동의 일부 국가만 석유를 발전용으로 쓰고 있다.

현재 석탄이 전 세계 전기 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23%를 차지하는 천연가스는 4%에 미치지 못하는 석유가 아닌 실제적 경쟁연료인 석탄과 가격이 연계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궁극적으로 다른 연료와의 연계가 아닌 천연가스 자체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결정 (gas-on-gas pricing)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은 이미 천연가스 자체의 수급에 의해 가격을 정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가스 자체에 의한 가격결정 비중이 점점 늘어나 작년에는 78%를 넘어섰다. 그러나 세계 LNG의 70%를 소비하는 아시아에서는 아직 계약물량의 대부분이 유가에 연동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천연가스의 수급에 의한 가격결정이 가능하게 된 것은 거래 허브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만 30개 정도의 가스 허브가 존재하며 루이지애나주의 헨리허브(Henry Hub)가 기준가격(benchmark price)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에는 네덜란드의 TTF, 영국의 NBP가 대표적다. 이 허브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 트레이더들이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결정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세계 최대 LNG 시장인 동아시아에는 아직 허브가 없기 때문에 도입물량의 대부분이 유가에 묶여 있는 경직된 장기계약이며, 스팟 물량은 입찰가격과 거래물량의 추적 통한 가격 산정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가스시장의 대변동으로 인한 가격하락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과도한 도입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전기 생산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천연가스를 보다 낮은 가격에 도입할 수 있다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

가스허브 구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프로필

▲중앙대 박사 (국제경제), 연세대(석사) ▲현 이종헌 S&P Global Platts 수석특파원 ▲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개발전문위원회 위원 ▲<오일의 공포> <에너지 빅뱅> 저자 ▲전 연합뉴스 기자 ▲전 미국 UPI 통신 한국지국장 ▲전 한양대 강사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