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8월 14일 41만 가구를 대상으로 순환정전이 발생한 데 이어 15일에도 20만가구의 전력공급을 1시간 가량 중단되면서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번 정전의 직접적인 원인은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과 발전소 고장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폭염으로 냉방수요는 급증하는데 날씨가 않좋아 태양광과 풍력발전량이 평소보다 적었다는 사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양광, 풍력의 예비력 자원인 천연가스발전소 2곳마저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이 부족해져 순환정전까지 단행해야 했다.

2011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9·15 순환정전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에도 여름철 전력피크기간이 끝나고 많은 발전기들이 점검에 들어간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늦더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전력공급이 이를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문제는 태양광, 풍력을 확대하면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준비를 안 한다면 5~10년 뒤에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비중은 약 20% 수준이다. 오는 2030년에는 60%, 최종적으로 2045년까지 100%의 청정에너지 전력을 조달한다는 계획인데 이번 정전으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거의 모든 미국 언론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기후변화와 함께 전력당국과 송배전운영사(PG&E)의 부실한 관리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민은 지난해에만 7~10번의 정전을 경험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 내외다. 그런데 지난 3월 신보령1호기가 불시 정지하자 예상치 못하게 주파수가 예측보다 훨씬 더 하락해 자칫 잘못했다가는 대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 발생했다.

한전 배전선로에 연결된 소규모 태양광 설비들이 계통안정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설치만 되다보니 계통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로서도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전이 부랴부랴 관련 기준을 바꾸기는 했지만, 계통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직도 손봐야 할 기준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아직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조절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벌써 기존 전력망으로는 태양광을 받아들이는 데 위험한 수준에 달했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순환정전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에너지전환을 위해 무작정 태양광 보급을 늘려서는 안 돼고 계통안정도를 높이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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