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홍수예방과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댐을 만들고, 한때는 많은 댐과 더 큰 댐을 만들기 위해 국가가 경쟁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큰 댐이 그 나라 국력의 상징이 되던 적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댐을 만들어 운영한지 몇 십 년도 안 되어, 댐 때문에 생각보다 자연생태계도 많이 파괴되거나 훼손 되어서 댐의 무용론을 불러 오게 되었고, 결국 기존의 댐을 부수거나 새로운 댐건설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을 무작정 많이 가둔다고 좋은 건 아니기 때문이란 결론입니다. 이런 일들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심지어 지형도 변형시키며, 고인 물의 흐름 때문에 각종 이상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최근의 어느 중국의 대형 댐은 기상이변과 지진의 원인이라고까지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소위 환경론자들은 댐의 건설보다는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는 강을 보존해야 한다며, 아무 것도 손을 대지 말고 내버려두라고까지 합니다.

지금 여러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데이터 댐’사업을 디지털 뉴딜의 주요정책으로 세워 진행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기술적이고 어려운 개념이지만, 쉽게 생각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그 댐처럼 ‘데이터 댐’이란 것도 결국은 데이터를 많이 가둔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많은 데이터를 가두기 위해 엄청난 설비와 기술로 댐을 만들으려 합니다.

다가오는 미래사회를 위한 미래 산업을 위해서는 막을 수 없는 큰 흐름입니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자리 창출이란 직접적인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도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 시대의 준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데이터 댐’이 위에서 말한 ‘댐’처럼 IT생태계를 거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은 빼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데이터도 결국 흐름(스트리밍)이기 때문에 물처럼 흐르면서 움직이고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이 데이터도 어딘가에 고이면 썩기도 하고 쓰레기도 되고 하며 생태계를 위협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즉, 강을 막는 ‘댐’처럼 어느 곳에 어느 크기만큼 어떻게 어떤 용도로 만들지도 중요하고, 향후의 기능에 따라서 주변 환경과 어떻게 어울리냐도 중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느 곳도 이와 같은 우려와 대비책을 강구하는 부분은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결국 몇 년 뒤에 다시 ‘데이터 댐’을 허물자는 사람이 나올까 봐 걱정이 되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하여 유용한 정보로 재구성한 집합 시스템을 의미하며, 이를 활용하여 더 똑똑한 인공지능(AI)을 개발할 수 있고, 5G 통신과 융합하여 실감 나는 가상현실도 제공하려고 한다고 기술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한 주요사업으로서, 사람의 감성과 문맥을 이해할 수 있는 자연어 처리 분야, 자동차와 드론 등 자율주행기술 분야, 음성, 시각, 언어 등 융합 분야 등 활용가치가 높은 데이터의 확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데이터 댐’이 그 기능을 해 줄 거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한 데이터의 취합부터 많은 준비와 선행 작업이 요구 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각종 개인정보 보호나 지적재산권의 침해 등의 우려사항들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 이런 선행적인 노력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걸러져서 취합되는 데이터는 자칫 홍수 때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 부유물과 같을 지도 모를 것입니다.

또한 인공지능의 주요 관심데이타 분야인 문화예술분야는 그동안 이런 부분에 취약하고 성과가 미미하여 제대로 쓸 수 있는 의미 있는 데이터가 적다는 지적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즉, 큰 댐을 만들어 봐야, 물의 량이 적어서 과잉건설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댐을 건설하기 전에 강과 지류하천을 정비하여 물의 유입량을 늘리는 선행노력과 유사한 사례이죠. 조그마한 실개천에 샨샤댐같은 큰 댐을 지울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즉 ‘데이터 댐’을 짓기 위해서 필요한 선행 작업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만 비로소 댐의 기능과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댐만 크게 짓는다고 최선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데이터 댐’, 중요합니다. 댐이 우리의 생명과 환경을 지켜 주고 있듯이, 그 ‘데이터 댐’도 그런 역할을 하면서 우리에게 미래먹거리를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그렇지 않은 댐도 만들어질 가능성도 주목해야 합니다. 만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제안하는 이유입니다.

프로필

▲예술의전당 부장 ▲(주)모헨즈 본부장 ▲사단법인 국제문화콘텐츠교류협회 이사장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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