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협력기금을 일컫는 EDCF(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는 1987년 설립된 정책기금이다.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이들 국가와의 경제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는 EDCF를 통해 후발 개도국에 차관을 지원하는 국가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일궈냈다.

1987년 설립 당시 2개 사업, 179억원 지원으로 시작된 EDCF는 2019년 30개 사업, 총 2조5927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종합병원 건립, 케냐 지능형 교통시스템 구축 등 1억 달러 이상의 대형 사업도 포함돼 있다. 지난 22년 동안 총 446건, 20조4676억원 규모의 사업이 승인됐고 9조2052원이 지출됐다.

특히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3개국과 ‘정부간 기본 약정’을 체결해 지원한도를 종전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문재인 정부 신남방 정책의 견인차 역할도 하고 있다.

유상 원조를 전담하는 EDCF와 1991년 설립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무상원조를 담당하면서 우리나라는 양대 축을 완성했다.

EDCF는 물품이나 용역을 한국 기업으로 제한하는 ‘구속성 원조’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인도주의 차원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시장 개척 용도로도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취지는 꽤 그럴듯한 EDCF는 근래 들어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18년 7월 라오스 댐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재벌이 기획한 프로젝트에 정부의 특혜가 더해진 ‘민관 합작 참사’라는 뭇매를 맞았다.

올해도 구설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산건설이 지난해 3월 수주한 ‘타웅우-카마나트 500kV 송전선로 공사’ 때문이다.

본지의 여러 차례 취재 끝에 해당 사업에서 전선이나 철탑 등 주요 전력기자재의 국산 활용 비율이 터무니없이 작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산 자재가 일정비율 쓰여야 하는 구속성 원조 사업의 본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업체와 턴키 도급 등 의혹이 끊이지 않는데도 정부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EDCF 사업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는 모든 상황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이고 위탁기관인 수출입은행은 자재 구매 등 디테일한 계약까지 컨트롤할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후 평가도 일종의 감리가 아니라서 현실적으로 국산 자재가 얼마나 쓰였는지 따지기 어렵다.

구조가 이렇다면 시공사인 두산건설이 투명하게 의혹을 풀면 되는데, 이 조차도 깜깜이다. 두산건설은 영업기밀 등을 이유로 해당 사업에 대해 세부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한다.

나중에 다시 받더라도 일단은 우리 정부 돈, 즉 혈세가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게 놀랍다. 이쯤되면 거의 방치 수준이다.

대한민국 이름을 걸고 해외에서 벌이는 대규모 원조 사업에 대한 관리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제2, 제3의 라오스 댐 참사가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허술한 짜임새는 필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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