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그룹의 주인을 함께 모십니다. 하나는 장부상 법적 주인인 주주, 또 하나는 우리 회사 상품을 구입하고 사용하시는 고객, 또 하나는 회사를 구성하고 움직여나가는 직원들입니다. 이 3개를 모두 조화롭게 섬기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예전에 대기업 전문 CEO를 인터뷰했을 때 그 CEO가 했던 말이다. 주주와 고객과 직원들의 이해를 잘 조화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회사의 영속적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전 사장이 최근 노동이사제 도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위의 인터뷰가 더욱 실감 있게 기억났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한번 손들고 해보고 싶습니다. 성공사례가 되든 실패사례가 되든 한번 그 길을 가보고 싶습니다. 독일 사례가 너무 부러웠거든요”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인 한전이 노동이사제 도입의사를 강하게 표명한 만큼 앞으로의 논의과정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전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 해도 먼저 관련 법령이 개정돼야 한다. 또 이후에도 공기업 한전의 실질적인 지배주주인 정부가 이를 승인해 주어야 한다.

한전 사장이 노동이사제를 공개 표명한데는, 정부 의지를 고려하지 않은 독단적인 행보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 중에는 근로자대표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1인 이상씩 포함돼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청와대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21대 국회가 거여야소 국면임을 감안하면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전의 정책결정이 공익적 영향력이 매우 큰 만큼 주요의사결정에 정부정책 방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한전 이사회에 노동자대표가 소수 참여한다고 해서 의사결정 방향에 큰 변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경영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이사회 논의 폭을 다양화하고 이해 수렴과정에서 노사 화합은 물론 국가경제와 국민편익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는 한층 많아진다.

종업원 신분으로 주인의식을 가질 것을 요청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주인이 돼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면 한전 직원들이 한전의 백년대계를 더욱 생각하고 전기계의 올곧은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더욱 기여하지 않을까. 특히 한전이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으로 파급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이번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에 관심과 의지가 실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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