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사업 이윤이 줄고 있어 생산 효율성을 높여 고정비를 낮출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참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려 합니다.”

최근 취재 차 만난 한 전력기자재 제조기업 대표의 얘기다. 수년 전 4차 산업혁명 구호가 여기저기 울려 퍼질 때만 해도 ‘제조혁신’은 먼 미래의 일만 같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장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인들의 고뇌가 읽히는 대목이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코로나19 등으로 대변되는 대내외적인 기업환경 악화가 중소제조업계에도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전통산업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분류돼온 전력기자재업계 또한 기민하게 스마트화를 필두로 한 제조혁신에 속속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끈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중소기업 제조혁신 고도화 전략’은 이같은 업계의 도전에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이 전략은 한국판 디지털 뉴딜의 제조업 디지털화 핵심 후속조치로서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존 디지털 저변 확대 차원에서 추진해 오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또 공장 내에 머물러 오던 스마트공장의 데이터를 마이데이터로 전환, 생산성 향상은 물론 데이터가 수익을 창출하는 ‘마이제조데이터’ 시대를 열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다만 보완돼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전력기자재 제조업의 경우 산업 변동성이 크지 않고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제품이 제조되는 ‘오더메이드’ 방식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소품종 대량생산 중심의 상용품 제조업과는 스마트공장 도입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이러한 산업 특성의 한계의 직면해 스마트공장 도입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다수 전력기자재를 생산 중인 한 기업 대표는 “한 해 생산 물량이 10억원도 되지 않는 품목도 많은데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면 투자비 회수도 불가능할 것”이라며 “스마트 제조혁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산업 특성을 고려치 않은 무리한 투자가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도입 방식과 시점은 제각각일지라도 전력기자재 제조업의 스마트 혁신이 불가피한 시점이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업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혁신의 물결에 올라탈 수 있도록 하는가이다. 모처럼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은 정부가 산업 특성과 현장의 애로를 고려한 세밀한 정책을 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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