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점 부여 방식으로는 지역 인재 채용에 한계
원전 주변 지역은 금전 보상으로 해결하기 힘든 복잡하고 미묘한 사안들이 많아 지역 인재 채용 확대 필요

윤재현 영남본부장
윤재현 영남본부장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길천리나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 등 원전 최인근 지역 주민을 자주 만났지만 그 들 가족들 중에 한수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전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동네 주민들에게 입사에서 특혜가 있지 않느냐고 문의하니 짜증 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아들이 공부를 못해서 서류를 통과 못하는데 무슨....”

특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수원 내부적으로는 원전 주변 5km이내에 속한 읍면동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채용에 혜택을 주고 있지만 본인 10%, 자녀 5% 가산점에 그친다. 도시에서 공부하고 자란 명문대생이 원전 인근 시골에서 공부했던 학생들보다 5%내지 10% 더 좋은 점수 받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물론 계약직, 별정직 등은 지역 주민을 우선 채용하고 청경은 지역 주민에 한해 채용한다. 그러나 이들이 뒷날 한수원의 핵심인력이 될 수는 없다. 지금도 원전 주변 지역 주민 들 중에서 본부장이 나왔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다.

수십 년 전에는 경기가 좋아 원전 주변 지역 우수 인재가 굳이 한국전력에 입사할 이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또 지역 출신 직원들은 직장생활 중 사소한 어려움만 있어도 동네 유지를 찾아가서 민원을 제기해 한수원에서 원전 주변 지역 출신 직원들이 불편했다는 말로 들린다.

지자체에서 원전 가동을 중지시킬 수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지자체에서 위험을 감지해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타 지역에서 필요한 전기는 생산하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 어떤 통제도 할 수 없는 것이 원전 주변 지역의 현실이다.

‘돈 때문에 데모한다’는 비난은 주민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다. 이런 비난은 원전 주변 지역의 복잡하고 미묘한 수많은 사안들을 지나치게 단순화 시켜버리며 주민들에게 상처를 준다. 아울러 ‘한수원이나 정부의 잘못은 없고 주민들만 별나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버린다.

만약에 시골마을에 발전소가 들어서기 전에 백수였던 자녀가 그 회사에 취직했다고 가정했을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회사에 보상을 요구하기는커녕 하루라도 속히 발전소가 건설돼서 자녀들이 공기업 정규직 직원으로 당당하게 출근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도 동일하다.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님비 현상이 발생하는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은 우수한 실력을 갖춘 외지인들 보다는 자질이 부족하더라도 인근 마을 주민들을 채용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발전소 주변이 교육여건이 열악한 시골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채용 시 가산점보다는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민원이 많고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들과 딸은 회사를 다니고 부모들은 그 근처에서 식당을 하게 된다면 회사와 주민들 사이에 소통 부족의 문제는 줄어든다.

할당제로 입사한 직원들도 동네 유지들을 통해 회사에 압력을 넣기 보다는 책임감 있는 근무태도로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마을 후배들이 지역 최고의 공기업에 계속 입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뒷날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나 발전소에 그 지역 출신의 인재가 기관장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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