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형 에너지 자원거래 위한
새로운 전력시장 도입에 대비
연구・인력양성 미리 준비해야

안남성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
안남성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

지난해 말 영국의 경제지 FT는 올해의 단어로 비동조화(Decoupling)을 제시했다. 정치적으로는 그동안 수십년을 지배해온 세계화에 대응되는 말로 향후 미래는 미국 위주의 기존의 세계화는 무너지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갈등이 계속 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코로나로인한 경제 활동 제제로 실업율 증가 등 실물경제는 무척 어렵지만 증시는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것을 보면 Decoupling이 기존의 정치 경제 이론의 파괴를 이끌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많은 미래 전문 기관들은 미래를 3D 시대, 즉 디지털화(Digitalization), 탈 탄소화(Decarbonization), 탈 중앙화(Decentralization)로 정의하면서 앞으로 세계의 정치 경제는 이러한 3D 메가트랜드에 의해 지배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3D외에 비동조화 즉 Decoupling까지 고려된 4D 시대에 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계도 비동조화 즉 Decoupling이라는 준비되지 못한 또 하나의 메가트랜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맥킨지는 향후 30년간 예상되는 에너지 산업계의 가장 큰 변화중 하나는 경제 성장과 수요의 decoupling으로 언급하고 있다. 미래의 에너지 수요는 경제성장이 계속 이뤄지고 인구가 증가하더라도 2035년 이후에는 더 이상의 수요의 증가 없는 시대가 오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에는 에너지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인도나 중국의 산업구조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에너지 밀집도가 감소하게 되어 수요가 감소하게 되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가전기기들의 에너지 효율의 기하급수적인 발달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 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추진되고 있는 에너지 전환이다.

지난 100년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됐던 석탄이나 석유등 화석연료의 이용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재생에너지이용이 증가하고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이 주요 에너지원이 되는 전력화 (Electrification)가 비동조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서도 전기 자동차와 같이 수송 분야에서의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의 사용은 2050년에 가면 지금의 두배로 증가하지만 대부분의 전력이 재생에너지에서 공급이 되면서 우리 사회의 전력화는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에 의한 에너지 수요로부터 비동조화가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Decoupling은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이뤄지더라도 예전처럼 전력 수요가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노말 시대의 경제 이론이다.

이러한 비동조화가 에너지 산업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에너지 산업계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산업으로 전환이 이뤄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모든 전력 수급계획이 중앙에서 전력 수요증가 예측에 맞춰 공급 계획이 작성되는 일방향의 공급체계인 중앙 관리 모델이었다. 그러나 마이크로 그리드나 가상 발전소처럼 분산형 전원 시스템으로 전환이 되면 분산된 발전원을 통해 모든 방향에서 전력이 생산되고 계통에 유입된 시스템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중앙적 관리 접근은 수십만개의 분산된 에너지 자원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이 전력의 생산, 전달, 및 소비에서 시장, 요금, 계약이나 다른 가치 기반 매커니즘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부여해 소비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전환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수요 정체와 더불어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이 이뤄지면 전력 수급은 초과 수요에 대해 각 변전소 중심으로 수급상황을 고려해 지역 사회가 책임을 지게 되어 더 이상 지금처럼 중앙 정부가 수립하는 전력 수급계획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비동조화 시대에 생존하는 지혜는 얼마나 이러한 변화에 잘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익숙하지 않은 분산형 에너지 자원 거래를 위한 새로운 전력시장이 도입될 것에 대비해 필요한 연구와 인력 양성 등을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하는 방식’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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