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한국판 그린 뉴딜에 대한 반응이 신통하지 않다. 그린 뉴딜을 요구했던 환경그룹은 탄소중립 목표가 불명확하고 강도가 약하다고 불만이고 경제위기 극복을 우선시하는 다수 국민들은 녹색성장과 비슷해 보여 손에 잡히는 느낌이 적은 것 같다. 대통령이 참석한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대대적으로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지만 여론조사 기관의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국민 응답자들은 한국판 뉴딜 추진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의 비판처럼 한국판 그린 뉴딜은 유럽 그린 딜이나 미국 민주당의 그린 뉴딜안과 달리 명시적인 탄소중립 목표도 없고 강력한 한방도 없어 보인다. 달리 해석하면 그래서 한국판 그린 뉴딜이다. 남의 떡이 커보여서 그렇지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손에 꼽힐 정도이다.

한국판 그린 뉴딜에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반영하지 못한 이유는 이미 다른 절차를 통해 감축 목표를 수립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작년부터 2020년 말에 유엔에 제출할 ‘2050 장기 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수립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고 올해 초에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은 최대 75% 감축 목표를 포함하여 5개의 205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을 환경부에 제출한 바 있다. 환경부는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정부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와 진보 정당은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길 기대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비전이 아니라 폭넓은 공론화를 거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약속이다. 유럽연합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역시 오랫동안 유럽 시민들이 아래로부터 요구하고 참여한 결과이다. 국민적 합의가 결여된 미래 목표는 힘을 갖지 못한다.

강력한 한방이 없어 보이는 것은 한국 정부가 이미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유럽 그린 딜의 실행방안에 새로울 것이 없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저탄소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 흐름이고 한국 정부도 2017년부터 화석연료와 원자력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여가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에 합류했다.

한국판 그린 뉴딜은 에너지 전환을 체계화하고 강화하는 실행가능한 국가 전략이다. 전력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제로에너지 건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친환경 저탄소 교통수단이 급증하며 산업단지가 녹색화하는 등 건물, 수송, 산업부문의 저탄소 전환도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린에너지 과제로 좁히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재생에너지 산업경쟁력 강화를 촉진하는 전략이다. 태양광과 풍력 설비 용량은 재생에너지 3020 목표를 초과해 2025년 약 43GW로 증가하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할 것이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해상풍력 보급도 본궤도에 오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 2050년 새로운 에너지믹스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판 그린 뉴딜은 실행을 통해 성취하고, 다시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역량과 가능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성과와 결실을 체감한다면 머지 않아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을 향해 더욱 과감하고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부족하더라도 수립된 과제의 신속한 실행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 세부 과제의 성공적 이행까지 각종 제도 개선, 에너지 요금 체계 개편, 스마트 전력 인프라 구축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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