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온실가스 감축 모범국가가 되기 위한 정책을 펴 왔으며,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요 정책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새롭게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용량은 7.1GW 이다. 2019년까지 누적된 발전설비용량이 15.1GW임을 감안하면 지난 2년 간 늘어난 설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주로 1MW 이하 소용량이므로 22.9kV 배전계통에 접속하는데, 당초에 배전을 위해서 시공된 선로를 송전용으로 함께 이용하려고 하다 보니 배전선로가 용량을 감당치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신재생발전설비는 전력수용가 가까운 곳에 시설함으로써 대용량의 송배전 선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분산전원의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게 문제이다. 일례로 2020년 5월 기준 전라남북도의 발전설비 용량은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13.6% 그리고 신재생발전설비의 용량 기준으로는 전체 용량의 30% 인 반면에 동일지역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은 전체 전력소비량의 6.5%에 불과하다. 따라서 배전선로의 용량부족과 더불어 미접속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변동성 전원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다보면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저하되어 자칫하다가는 블랙아웃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태양광 설비용량은 16.0GW에 달한다. 이중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용량은 3.9GW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력거래소가 발전량을 직접 파악할 수 없는데다가 흐린 날과 맑은 날의 발전량 차이가 시간당 최대 860MW 까지 된다고 한다. 이러한 변동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발전기 출력을 조절해야 한다. 즉 다른 발전기의 출력을 강제로 줄여야 하는 한편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력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늘이는 것 못지않게 송배전계통 설비를 확장내지는 유연성 있게 개선하고 기존의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설비들이 전력계통 운영조건에 따라 출력 조절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정부는 서남해 해상에 2.4GW 그리고 신안앞바다에 8.2GW, 동울산 앞바다에 6GW의 풍력단지를 2028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한전은 876.8km에 달하는 송전선로를 신설 및 보강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늘리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첫째 분산전원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송배전설비에 대한 신규투자와 환경훼손이 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과 둘째 기술발전으로 말미암아 기존의 발전설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친환경 전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전환하는 목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설비를 오지에 대용량으로 설치함에 따라 기존의 중앙집중식 발전설비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답습하는 면이 없지 않다. 나아가 신재생발전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계통과 기존의 발전설비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과 전력계통의 안정성 저하로 인한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한다. 이점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부산에서 열렸던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이기도 하다.

변동성 에너지원의 증가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전력저장장치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양수발전소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대용량 전력을 저장할 유효한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수소를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1월 정부가 내놓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40년까지 연료전지 발전설비 용량을 15GW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 관건인데 이미 생산된 전기를 이용한 전기분해 방식보다는 기저발전설비인 원자력발전소의 감발이 필요할 때 발전소의 잉여 열을 이용한 열화학적 수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그리고 전력계통의 운영 면에서도 보다 안정적임은 물론이다.

에너지전환은 명실상부 국가적 과제이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원의 전환뿐만 아니라 전달체계인 전력계통 운용과 에너지전환에 적합한 소비패턴의 개선역시 함께 진행되어야 함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전력계통에서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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