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대만 기업들이 있다. 애플의 조립 협력사인 대만 페가트론은 이달 인도에 첫 공장 설립 허가를 신청했다. 그동안은 중국 본토에 있는 자사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왔다. 역시 애플의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의 폭스콘도 중국에 있던 생산 시설 일부를 인도로 이전하겠다고 한다. 대만 국영석유회사는 뉴델리 사무소를 열었다. 정제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는 인도도 심각하다. 누적 확진자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브라질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다. 이미 제일 많은 나라일지도 모른다. 의료시설이 열악하고 검사량도 턱없이 적다. 실제 감염자는 30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인도에 주목하는 건 가능성 때문이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IT 인재는 인도의 기반이다. 인도는 지금도 경제 규모로는 세계 5위다. 중국보다는 못하지만 2014년 모디 정부 출범 이후 평균 7%대의 높은 성장을 유지해왔다. 지금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5년 뒤에는 GDP 5조달러 규모의 G3 국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인도에 투자를 늘리는 미국의 IT 기업들이 많다. 구글은 10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인프라와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인도의 통신사에는 퀄컴이 1억달러, 인텔이 2억달러를 투자한다. 아마존 역시 인도 투자에 적극적이다.

물론 소비 시장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1인당 국내소득은 아직 3000달러 미만이다. 14억의 인구라고 하지만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3억 명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아직 남은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보급률의 경우,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인터넷 보급률은 85% 정도지만, 인도는 34%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큰 기회가 남아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인도는 원래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대표주자로 꼽혀왔다. 관심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부담스러운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 200개 다국적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5%가 중국에서 나가겠다고 응답했다는 보도도 있다. 중국의 거친 외교도 적을 만든다. 중국은 지금 미국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와 불편하다. 홍콩보안법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자초하더니 남중국해에서는 군사적 도발로 원한을 산다. 인도와도 국경 분쟁이 있다.

인도가 접근하기 쉬운 나라는 아니다. 언어나 문화적 특성이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고, 중앙정부가 가진 통제력도 제한적이다. 세계의 제조공장을 추구한다면서도 인프라는 열악하고 IT 이외에는 기술력도 부족하다. GDP 대비 제조업 비중 역시 아직 약 16%에 불과하다. 느린 일 처리에 악명 높은 관료주의와 부패의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의 포스코를 비롯해 인도 진출을 시도했던 기업들 가운데 결국 포기한 곳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와 인도의 지난해 교역 규모는 20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2000억달러가 넘는 중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심지어 대만의 기업들까지 지리적으로 가깝고 공통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중국 본토를 두고 인도를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IMF는 인도 경제가 ‘크고 느린 코끼리’에서 ‘달리기 시작한 코끼리’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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