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은 과거 대공황과 같은 경제적 충격 해결을 위한 토목사업 위주의 재정투입에서 벗어나 녹색 인프라, 재생에너지, 녹색산업 육성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을 선도하고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그린 뉴딜 사업에 73조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한국판 뉴딜 사업예산 160조원의 약 45%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린 뉴딜이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린 뉴딜의 핵심 축의 하나인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우 그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풍력발전의 경우 사업준비 단계까지 포함하면 거의 1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해상풍력 발전의 핵심부품인 블레이드, 터빈 등의 경우 외국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은 경제성에 있어 불리하며 해상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한 실적이 적어 사업에 참여할 국내 기업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발생한 국산 풍력 블레이드 파손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사고는 국내 풍력발전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 경쟁력과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하나의 실패사례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를 토대로 국내 기업이 기술을 안정‧고도화시키고 경제성을 개선하여 산업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해상풍력사업에서 국내 기업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형 태양광발전 단지인 전남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에 사용된 태양전지가 100% 중국산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태양광 패널은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절반씩 납품하였지만, 패널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태양전지는 모두 중국산임이 확인된 것이다. 태양광 기자재의 국가별 기술 수준 차이는 크지 않으나 중국산의 가격경쟁력이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신규 태양광 발전용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태양광 설비 업체들의 실적은 추락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리는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국내 생산 공장을 철수한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태양광 산업의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책들의 수혜자가 우리나라 기업이 아닌 중국 업체들로 전락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은 아직까지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있다. 그린 뉴딜 사업이 재생에너지 보급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그 혜택은 외국 기업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가격경쟁력이 있는 수입산 제품을 채택하는 민간기업을 탓할 수는 없으며, 공기업의 경우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수익성을 외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는 사업자들에게 국산 제품을 사용할 때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제도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유발하지만 장기적으로 혁신기업의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함으로써 기업들은 혁신 역량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정동 대통령 경제과학특보는 “혁신지향 공공조달 정책은 혁신 뉴딜정책”이라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그린 뉴딜 정책은 포스트 코로나 경제·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며,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 뉴딜정책’이어야 한다. 그린 뉴딜의 성공을 위해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프로필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 ▲SK 사회적 가치 자문위원회 위원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책분과위원회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 심의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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