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원격검침인프라(AMI) 500만호 사업은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중 하나다. 총 사업비 7050억원에 정부와 사업자가 각각 3525억을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한전과 관련 업계에서는 모두 이번 사업을 두고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계량기, DCU, 모뎀 등 설치 비용을 비롯해 실제 구현성 등을 따져보면 비용이 상당히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이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국민DR 등 서비스 플랫폼 구축까지 생각하면 고민이 깊어진다”고 전했다. 아예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사업을 개척하려면 그만큼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

더욱이 한전이 사업 불참 의사를 비쳐 관수 시장은 한전이, 민수 시장은 민간업자들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민수시장에 대한 AMI 구축 사업자가 달라지는 만큼 이에 따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수지타산 문제뿐만 아니라 호환성에 대한 의문이 거론되는 이유다.

한전 AMI 규격을 민수시장에 적용하는 것에 업계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사양이라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한전은 보안계기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아파트 AMI 500만호 사업의 경우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민·관수 시장 규격이 제각각이면 호환성 문제는 불 보듯 뻔하다. 호환성 문제로 AMI 사업이 지연된 사례를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관수, 민수시장의 사업 주최가 다르게 되면 AMI 보급 이후 계시별요금제 등의 서비스 사업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년간 진행한 한전의 AMI 보급 사업은 아파트 AMI 500만호 사업의 표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전 사업의 경우 서비스 플랫폼 구축은 고사하고 43%의 보급률을 놓고 좋은 성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한전 사업조차도 여러 종류의 계량기 적용과 다른 통신방식으로 호환성에 문제가 있었는데, 여러 민간사업자 주도의 AMI 사업은 어떠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아파트 AMI 500만호 사업을 한전이 하든, 민간업자가 하든 기술과 자본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것을 어떻게 구축하고 이후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를 사업 시작부터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한전의 AMI 보급 10년의 시행착오를 아파트 AMI 500만호 사업에서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아파트 AMI 500만호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부터 이 사업을 왜 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밑그림을 제대로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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