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으로 촉발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과 온실가스 배출저감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은 최근까지 신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Source, RES),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및 다양한 분산형자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 DER) 기술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DER의 가치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현재의 화석연료 기반 공급자 중심의 중앙집중적 전력산업구조는 점차 친환경 에너지 기반 소비자 중심의 분산지향적 전력산업구조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력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어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ICT)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에너지-ICT 융·복합 기술은 소비자의 에너지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시각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 또한 자동화된 형태로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최적화시키는 형태로 적용됨으로써, 소규모 DER의 에너지 공급과 최종소비자의 에너지 소비를 하나의 일관된 시스템으로 통합하여 전체적인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신기술 및 ICT의 결합체를 활용하는 사업모델 개발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에너지 신시장 진출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특히 IT 기업들은 에너지 판매로 인한 수익 창출보다는 자사의 ICT 기술과 신재생에너지와의 기술 연계를 통한 자유로운 신사업 구상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에너지-ICT 융·복합 기술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VPP)는 가장 대표적인 에너지-ICT 융·복합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로써, ICT를 이용하여 지리적으로 산재한 소규모 DER을 연결하여 하나의 발전 프로파일로 운영하는 통합관리시스템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만약 ICT를 이용하여 다양한 유형의 DER을 통합·운영함으로써 중앙급전발전기와 같은 운영상의 공급유연성(flexibility)과 제어가능성(controllability)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러한 DER 통합 포트폴리오는 기술적으로는 보다 향상된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써 전력시장에 참여하여 전력거래를 수행하는 사업모델로 구현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DER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인해 이를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의 필요성은 고조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하에서 DER 통합운영을 통해 비용효과적이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전력공급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으로써 VPP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Navigant Research에 따르면 이러한 분산화되고 지속가능한 전력망을 지향하는 추세로 인해 전 세계 VPP 용량은 2019년 약 4GW 수준에서 2028년에는 약 35GW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종의 에너지 인터넷(Internet of Energy)으로 표현할 수 있는 VPP는 소프트웨어 및 ICT 혁신을 통해 최종소비자와 전력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VPP는 대규모의 인프라 개선에 대한 비용지출 없이도 기존의 DER을 이용하여 전력공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에너지 비용지출 절감과 새로운 수입원 확보를 통해 보다 많은 가치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존의 전력회사에게는 배전망 인프라 또는 예비발전기 등에 대한 설비투자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며, 계통운영자에게도 운영예비력과 같은 계통보조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상당 수준의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VPP 활성화를 위해서는 VPP가 무엇이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며,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VPP에 대한 명확한 정의 및 이에 따른 관련 기술기준의 부재는 VPP 기술 투자, 비즈니스 모델 구현 및 이와 관련된 제도 수립의 적극적인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홍익대 전기공학 박사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