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품목만으로는 기업을 존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익률이 높지 않더라도 여러 품목을 보유해야만 위기 속에서 버틸 저력을 확보할 수 있다.” -A기업 대표

“기술 상향평준화로 인해 업체가 난립하다보니 기업간 변별력이 사라진 상태다. 사업 다각화도 좋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B기업 대표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코로나19 등 대외적인 기업환경의 악화가 지속되자 전력기자재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취재 차 만난 두 기업의 대표는 “기업의 방향성을 확정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해법을 두고서는 기업간 인식차가 상당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른 기업인들의 고뇌가 읽히는 대목이다.

현재 전력기자재업계 상당수 기업들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산업 전환에 대응해 기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빈번히 발견되는 사례는 품목 다변화다. 각 품목의 발주량이 점점 감소함에 따라 품목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는 게 해당 기업 관계자들의 변이다.

C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수년 전 100억원대의 과감한 투자로 품목 다변화를 시도한 이 기업은 거의 모든 전력기자재 라인업을 구축하며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전력시장 변화나 품목별 변수 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 기반을 구축해서다.

반면 품목 다변화보다는 기존의 사업의 비중을 키워 ‘전문성 확보’에 방점을 찍은 기업들도 적지 않다. 품목을 늘리기에 투자하기보다는 R&D 비중을 키우고 영업력을 확대해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또 다수가 동일 품목을 보유할 경우 한정된 물량을 나눠 수주하는 ‘제로섬 게임’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들 기업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고도 성장기, 안정기에도 꿈쩍 않던 기업들이 최근 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 시점이 전력기자재업계에는 분수령이 될 게 분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의 총평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고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유례 없는 기업환경의 변화에 전력기자재업계는 ‘선택과 집중’을 강제받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업계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어떠한 선택이든 성과를 내고, 더 나아가 업계 발전의 단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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