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준 교수의 등촌광장)주파수가 낮아지면 소비전력이 줄어든다
작성 : 2020년 07월 13일(월) 09:20
게시 : 2020년 07월 14일(화) 09:57
가+가-
전기를 공부한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전력을 소비하는 설비를 통칭하여 부하라고 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서부터 큰 공장을 돌리는 대형 전동기까지 모두 부하라 할 수 있다. 부하는 전력망에 연결되어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다. 이때 발전소 공급량이 부하의 총량에다 전력망에서 생기는 전력손실량을 더한 값과 같으면 주파수는 잘 유지가 된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나 계통 운영자들은 계통 주파수를 발전소 공급량 조절의 척도로 사용한다. 부하의 성질 중 대표적인 것이 “자기제어성”이다. 주파수가 낮아지면 부하의 소비전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풀어 말하면 공급이 부족하면 주파수가 낮아지게 되는데 주파수가 낮아질 경우 전력소비량이 줄어 주파수 회복에 일조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작년 12월 23일 오후 1시경, 우리나라 계통에서 76만kW 출력 운전 중이던 발전기가 정지하였다. 전력공급이 줄어 주파수가 하락하였고 59.88Hz 까지 떨어졌다. 발전기 불시 정지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 이정도 사고에는 안정한 운전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가 되어있다.
한편 석달 후인 3월 28일 오후 2시경, 비슷한 규모의 발전기가 불시정지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력공급이 줄었으니 역시 주파수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앞의 경우와 달리, 주파수는 예상보다 훨씬 더 하락하여 최저 주파수 59.67Hz를 기록하였다. 비슷한 규모의 발전기 정지였음에도 주파수가 0.21Hz나 더 낮아진 하락이었다. 계통 운영자들을 당혹시키고도 남을 일이었다. 기록장치에 저장된 데이터들을 조사해 보니 이상하게도 주파수가 이렇게나 많이 떨어졌는데도 부하는 오히려 45만kW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테슬라가 무덤에서 일어날 황당한 일이다. 모두 알고 있는 ‘부하의 자기제어성’에 반한 결과이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보니 45만kW의 태양광 설비들이 계통 주파수가 59.8 Hz 이하로 떨어지면 운전을 정지하게끔 설정된 것이 원인이었다. 태양광 발전원이 정지한 결과가 부하가 증가한 것처럼 나타난 것이었다. 결국 부하의 자기제어 특성은 변하지 않았다.

비슷한 사례가 4년전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있었다. 2016년 8월 18일, 모하비 사막 인근 국유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후에 전력계에 ‘blue cut fire’로 알려진 유명한 산불이다. 이 산불로 15개의 크고 작은 송전선로가 끊기고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게 되었는데 이런 와중에 1,200MW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소들이 연달아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여파로 캘리포니아 전력계통이 대정전 문턱까지 갔던 것으로 보고 되었다. 당국에서는 전력공급 불안정 상황에서 주파수와 전압 변동에 견디지 못한 태양광 발전소들의 운전 정지가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 원인이라 밝혔다. 대책으로 배전선로에 연결된 소규모 태양광 설비들이 계통의 전압과 주파수 변화에 견뎌야 하는 기준을 두배로 확대하였다. 계통 불안정 상황에서 전력공급 자원으로서의 책무를 강화한 것이다. 배전계통 신재생발전기 연계기준인 ‘IEEE Standard 1547-2018’이 개정된 배경이 되겠다.

앞의 3월 고장 사례는 주파수가 신뢰도 고시에 규정된 한계 수준 이하로 떨어져 고시 위반에 해당 된다. 신뢰도 검토 시 고려하는 최대 발전기 정지 조건이 이 상황에서 발생했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을 수도 있다. 관련 기관의 전문가들은 이를 엄중한 사례로 여기고 대책을 마련하였다. 풍력, 태양광 발전설비의 계통연계 유지조건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사례가 발생하고 석달만에 대책을 수립한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소통하여 신속히 대처한 모범적인 사례로 남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눈에 보이는 증상만을 처치하는 대증요법 처방이라 박하게 평가한다. 계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중 기준에 반영되지 않은 요인들이 아직도 재생발전설비에 남아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해외에서 발생한 대정전 사고 가운데 재생발전원에 기인한 사례들을 찾아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 부터 나오고 있다.


프로필
▲고려대 졸업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대한전기학회 전력기술부문회 회장 ▲한국전력거래소 기술평가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계통WG 위원장
이병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기사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에너지Biz

전기경제

시공&SOC

인기 색션

전력

원자력

신재생

전기기기

기사 목록

전기신문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