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일,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 4개월도 남지 않았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 선거일은 의회에서 결정하고 미 의회는 1948년 제정된 법률을 통해 대통령 선거를 11월 첫 번째 월요일 이후 화요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11월 3일이 미국 대선일이다.

그날 탄생할 대통령은 다음 두 사람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4)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78) 전 부통령이 그들인데, 이 두 사람이 각 당의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고 이들 중 한 명이 제46대 대통령이 될 것이다.

2016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6104만표를 얻어 6037만표를 받은 트럼프보다 67만표를 더 득표, 전체 득표수에서는 이겼지만 주별 선거인단 승자 독식제도 때문에 패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득표수에서 지고도, 운 좋게 제45대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는 미국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306명을 확보, 232명 확보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을 74명 차이로 누른 것이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2000년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 이어 16년 만에 득표에서는 앞서고 선거에서는 패배한, 비운의 정치인이 됐다.

2000년 당시 앨 고어는 전국에서 48.4%를 득표, 47.9%를 득표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를 0.5%포인트 이겼지만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는 266대 271로 패했다. 고어는 전국적으로 53만여 표 앞섰으나 승부처인 플로리다 주에서 537표 차이로 패배, 플로리다의 당시 선거인단 25명을 빼앗기는 바람에 대통령 당선증을 코앞에서 놓쳤다.

그러나 그렇게도 운이 좋게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끼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및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시위 등이 겹치면서 국정수행 긍정평가, 이른바 국정수행 지지도가 30%대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7월 6일(현지시간) 더힐에 따르면 미국 갤럽의 최근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5월 초 49%보다 11%포인트나 하락, 38%로 나타났다. 역대 최저치인 지난 2017년 35%와 불과 3%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저조한 성적이다. 특히 무당층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도가 사상 최저치다. 무당층에서는 6월 초보다 6%포인트 내려간 33%만 긍정 평가했다.

대선을 앞둔 6월 기준,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40% 이하로 떨어지면 재선이 어렵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즉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및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40% 이하의 지지율을 기록하다 재선에 실패한 바 있다. 반면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선 6개월 전에 40%대 이상을 유지했었다.

현직 대통령 긍정평가가 40% 아래로 떨어지고 대선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는 바이든 후보가 그렇다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엘 고어나 힐러리 클린턴과 같이 다득표를 하고도 경합주에서 선거인단을 빼앗겨 패배할 가능성은 없을까?

미국 정치 컨설팅 기관인 270투윈(270 towin)의 분석에 따르면 6월 기준 민주당이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선거인단 숫자는 232명이고 공화당이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선거인단은 204명이다.

현직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그리고 양자 대결 여론조사, 경합주 분석 등의 데이터를 볼 때 현재로서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누르고 백악관 정문에 성큼 다가선 형국인데, 문제는 샤이 트럼프 현상이 올해도 또 나타날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11월 3일 대통령 선거 결과, 샤이 트럼프 현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현 판세대로 트럼프가 대선에 패배한다면 미국은 영화, 음악, 방역에 이어 선거에서도 한국의 유행을 따라가는 모양새가 된다. ‘샤이 트럼프’, ‘샤이 보수’ 현상이 미국에서도 거품일 것인가? 아니면 이미 민주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일까? 3개월여만 기다리면 판가름 날 것이다.

프로필

▲연세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정치조사협회 회장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부회장 ▲서울시의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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