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락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MD
손정락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MD

에너지산업MD로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다섯 달이 되었다. 지난 30년간 회사, 대학, 연구소에서의 여정을 정년으로 마치고도 좀 더 큰 그림으로 에너지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큰 축복이다. 개인적으로는 평소 사명으로 품고 있던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생태계의 고통 문제 해결에 조금은 더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에너지 문제는 공의(公義, righteousness)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 시대는 에너지를 공의롭게 사용해야 한다. 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가야만 할 길이다. 나의 잘못된 에너지 소비로 이웃이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속적인 세계 인구의 증가와 전기화 시대에 에너지 소비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공의롭지 못한 에너지 소비 상황이 계속되면 앞으로 어떤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젠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되어버렸다.

에너지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70여년 남짓이다. 그 이전에는 나무를 태워 난방하고, 가축과 자연의 힘에 의존하여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왔다. 필요한 자원은 자연으로부터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의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가용 자원의 본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 결과 19세기 1843년 영국의 제임스 줄(James Joule, 1818~1889)의 실험을 통해서 비로소 에너지라는 개념이 정립되었다. 그에 의해서 열과 일은 서로 다른 형태의 에너지이며, 서로 변환되더라도 전체는 보존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에너지 보존법칙인 ‘열역학 제1법칙’이다. 그 후 1865년 독일의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 1822 ~1888)에 의해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창안되었고 에너지는 엔트로피가 증가되는 비가역적인 과정으로 변환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원래 상태로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 과정은 늘 가용 에너지의 손실을 동반한다. 이것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인 ‘열역학 제2법칙’이다.

열역학 1, 2법칙을 종합하면 나의 에너지 소비로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인류는 그 동안 지구 곳곳에 숨어 있는 에너지를 잘도 찾아내어 사용해 왔다. 오랫동안 퇴적되어 있던 화석들로부터 석탄, 석유, 가스등과 같은 화석연료들을 채굴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해 왔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하늘의 햇빛, 바람까지도 에너지로 이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화석연료의 비가역적 변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2100년까지 산업화 시대 이전 대비 지구온도 1.5도 상승 억제 목표가 이미 달성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열역학으로 돌아가자! 비가역 배출원을 줄여 우리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량을 늘여나가면서 지구 온도의 상승을 낮추어야 한다. 세계에너지기구는 인류의 화석연료 의존도는 2019년 현재 81%에 육박하고 있고,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2040년에 5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토마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은 그의 뉴욕타임즈 칼럼에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과 저항을 대자연(Mother Nature)과 대탐욕(Father Greed)의 대립으로 묘사한 바 있다. 인간의 탐욕은 가장 비가역적인 현상이다. 우리의 잘못된 에너지 소비는 다른 사람들의 몫을 빼앗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전체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 길이다.

에너지산업MD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공의로운 접근으로만 골몰하다보면 산업이 다 죽게 생겼다. 인류의 전구와 발전기 발명 이후 백년 이상 대마불사였던 미국의 GE도 독일의 지멘스도 지금 내리막길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풍요로운 에너지 시대의 화석연료 기반 기존 산업들을 비가역에너지 최소화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공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산업 생존을 위해서도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보다는 가용한 수단을 총 동원하는 포트폴리오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구가 더워지지 않는 방법으로 가용 에너지를 보존하고, 비가역에너지가 너무 커서 손댈 수 없을 지경에 이르기 전에 어서 빨리 서두르고, 그러면서 먹고사는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모두의 지혜가 필요하다. We Go Together!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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