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던 2020년 1월 10일 기업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고 8월 5일이면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언론에서는 데이터 3법으로 주로 금융, 의료 서비스가 많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에너지 데이터가 활용된다면 에너지 서비스에서 더 혁신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올 시간에 맞춰 적정한 온도로 냉난방이 돼있고,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에 세탁기를 돌려주고, 태양광으로 생산하고 남은 전기를 옆집과 실시간으로 거래한다. 몇 년 후 이처럼 스마트 미터에서 수집되는 일상생활의 데이터와 지능화된 가전제품이 만나면 에너지 분야의 디지털화가 가정을 중심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에너지 디지털화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생활방식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리스크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소비자의 행동을 추적할 수 있고, 모니터링 결과로 프로파일을 만들고, 타겟에 따른 광고가 증가할 것이며, 수집된 데이터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데이터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의 위험이 있다. 이처럼 만일 소비자의 데이터 보호가 잘 실행되지 않았을 때 소비자의 에너지 데이터는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악용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하게 처리된 가명 정보를 도입하고 소비자가 모든 데이터에 대해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데이터 3법이 모든 산업 특성을 다 고려할 수는 없다. 제4차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에서도 ‘새로 등장할 융복합 서비스 및 제품의 개발단계에서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할 적절한 기준 마련이 필요함’을 언급했으며 특히 산업 특성별 규제방식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에너지부에서도 그린 버튼을 통해 에너지 데이터의 활용을 높이는 동시에 혹시 모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공공, 기업,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2015년 1월 자발적인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므로 국내 에너지 데이터 활용을 위해 다음 3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정부는 에너지 산업/서비스의 데이터 관리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디지털화로 인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여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사항을 기본적으로(By default), 계획적으로(By design) 실행하기 위해 정부, 산업, 소비자의 의견을 담아 에너지 데이터 관리 지침을 마련해야 하며 이 내용에는 해킹으로 발생하는 문제 및 분쟁 등 개인정보 보호 피해 예방 대응책이 포함돼야 한다.

다음으로 에너지 소비자 데이터 처리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에너지 데이터 활용은 시장 중립적이어야 하며 특정 시장 참여자에게 데이터 활용에 대한 특혜를 주면 안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에너지 데이터 수요자가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무슨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그 데이터로 어떤 이익이 발생하는지, 왜 특정 소비 데이터를 원하는지를 정당화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를 제 3자가 활용하는 경우에는 각 서비스에서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고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하며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의 이익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데이터 주권 및 데이터 리터러시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직접적인 계약 관계 이외에 데이터가 제 3자에게 활용되려면 소비자가 마이 에너지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소비자는 아직 에너지 데이터가 어떤 것인지, 어떤 서비스가 있으며 어디에 활용될 수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에너지 데이터는 활용의 가치와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므로 데이터 리터러시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조심해도 데이터와 관련한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미래에 혹시라도 에너지 데이터 유출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소비자의 마이 에너지 데이터 관리강화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지금이 바로 에너지 데이터에 대한 정책을 고려할 시점이다.

프로필

▲Columbia University 통계학 석사 ▲연세대학교 경영학 박사 ▲사단법인 이컨슈머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심의위원 ▲법제처 국민법제관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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