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해임안건 상정된 이사회 예정된 상태에서 하루 앞두고 사의 표명
계약 내용, 특별감사보고서 놓고 ‘진실게임’...당분간 논란 이어질 듯
“태양광 연계 ESS 설치공사는 차질 없이 마무리...관련 리스크 소멸”

홍원의 한전산업개발 대표가 긴급이사회를 하루 앞둔 1일 오전 전격 사임했다.

한전산업은 1일 홍 대표의 사임을 공시한 데 이어 2일 “양승태 경영본부장이 신임 대표이사 선임 전까지 경영안정화를 위해 대표이사직을 겸직한다”고 밝혔다.

한전산업은 당초 대주주인 자유총연맹의 요구로 2일 열릴 예정이던 이사회에서 홍 대표의 거취를 논의할 예정이었는데 홍 대표가 하루 전에 먼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번에 해임안건이 상정된 배경에는 상반기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태양광발전소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사업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한전산업은 강원 철원군에서 추진되는 한 태양광발전사업에 ESS 시공과 관리·운영을 담당해왔다.

한전산업은 이 발전소에 ESS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1174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내부적으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사업의 성과를 놓고는 “해당 사업을 통해 474억원의 매출 신장을 이뤘고 높은 영업이익을 거두는 기반이 됐다”는 주장과 “높은 영업이익을 거뒀다는 건 사실이 아니고 대금지급 이슈까지 발생한 상황”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자금보충약정과 관련해서도 “ESS 시공·설치업자가 태양광발전사업 전체에 대한 책임준공확약, 책임운영확약, 이행 확약과 이에 따른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과 “자금보충약정 사유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최악의 경우 태양광발전설비의 잔존가치가 1174억원보다 높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이런 논란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약 한 달에 걸쳐 이 건을 두고 내부감사가 진행됐으며 감사종료 직후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돼 감사실장과 감사팀장이 무보직 발령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전산업 감사실은 지난달 5일 이사회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사업성 검토에 따른 리스크 은폐 ▲ESS 사업 이익분 고의적 은폐 ▲금융약정으로 인한 리스크 부담 ▲시공관리 및 자금관리 소홀 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ESS 대출약정금 463억원과 당사 시공비 330억원 사이에 133억원의 차액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안건에 누락한 채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받았다”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적조치는 하지 않고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업을 주관한 쪽에서는 ‘태양광연계 ESS 구축사업의 이해’라는 자료를 통해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것처럼 공시해 회사의 신용 훼손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배임·수재 등의 행위로 매도 ▲규정에 어긋난 감사를 진행하면서 현장 실무자들을 부당하게 조사한 점 등에 책임 여부의 검토·조치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홍 대표는 1일 사임하면서 직원들에게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공사는 차질 없이 마쳤다”며 “염려했던 부분과 리스크들은 소멸됐고 사업이 잘못될 경우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관련 사업이 잘못된 데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만 지난 2월 ESS 설치대금 중 일부를 받지 못한 데 이어 태양광발전소 일부 부지의 준공이 이달 중순으로 밀리면서 이번 사업에 의문을 제기하는 측을 중심으로 해당 사업이 벌써 삐걱거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홍 대표 측은 “해당 사이트 준공이 지연된 것은 태양광발전사업자 귀책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하락 등 준공지연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태양광발전사 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 자체를 두고도 “감사보고서에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아직도 법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게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감사결과가 이사회에 보고됐으므로 판단은 이사회가 할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했다.

특별감사보고서에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된 점과 홍 대표가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해당 사안이 송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진실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2018년 8월 취임한 홍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내홍은 한전산업과 자유총연맹 간 갈등 때문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정비 인력의 정규직화 문제를 두고 한전산업은 자유총연맹이 한전에 지분을 팔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길 원하는 반면, 자유총연맹은 이에 대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유총연맹이 해당 사업에 대한 특별감사를 지시한 데 이어 홍 대표의 해임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을 두고 한전산업 안팎에서는 “대표이사를 바꾸기 위한 그림을 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홍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난 다수의 전임 대표들의 전철을 밟으면서 “한전산업 대표와 자유총연맹의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자유총연맹 측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한전산업 내부적으로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을 때도 홍 대표를 신뢰해 일절 관여하지 않았으나 특별감사 결과가 나온 이상 조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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