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인사와 산기평과의 통합에 경영진 소극적 태도에 직원들 불만
보직자들의 조합원 가입 자격 놓고 노조 ‘부당노동행위 중단’ 촉구

연간 8000억원이 넘는 에너지 R&D 예산을 전담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 노동조합은 사측의 노사협의회 참석 요청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한다고 1일 밝혔다.

에기평의 노사 관계는 임춘택 원장 취임 초만 해도 좋았지만, 5대 집행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선 인사 문제 때문이다. 교수 시절부터 혁신을 강조하는 임 원장은 부임한 이후 직원들에게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바다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해상태양광발전 등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업무지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서장들을 보직해임 하는 등 복지부동을 타파하기 위한 인사 정책을 펼치면서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임 원장은 또 지난 2년간 반기별로 총 4차례에 걸쳐 선임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부서장 추천제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서장을 6개월 단위로 교체하면서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원장과 생각을 달리하는 부서장들은 눈 밖에 날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임 원장의 이러한 업무 스타일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김기선 미래통합당 의원은 “임 원장이 우리나라가 태양광과 풍력으로만 100%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가 있고 이렇게 가야만 한다는 내용의 언론 기고를 하는 등 황당한 말로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하면서 14개 나라를 제시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 측은 정부가 에기평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통합하는 ‘연구관리 전문기관 통합화’가 뜨거운 감자임에도 불구하고 임 원장은 정부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에너지 전문가들 대다수는 에너지전환 등 장기적인 에너지정책이 주를 이루는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독자적인 전문기관이 유지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에기평의 수장은 에기평 독립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다”고 역설했다.

노조 관계를 악화시킨 결정적인 이유는 보직자들의 조합원 가입 자격 문제다.

에기평 사측은 최근 그동안 노조원으로 가입 활동해 온 보직자들의 조합원 가입 자격과 관련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단체협약의 해석을 요청했다.

에기평은 보직자들이 관행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해 왔다. 하지만 사측이 느닷없이 보직자들의 조합가입 자격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노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이성주 에기평 노조위원장은 “단체협약의 해석 요청은 노사 쌍방이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어느 일방이 요청할 수 없음에도 이를 강행했다”며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4조(단체협약의 해석)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노조를 정당한 대화 상대방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이번 유권해석 의뢰는 일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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