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어려운 상황…세금 납부 유예 연장 필요”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정유산업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유 4사가 1분기에만 총합 4조4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도 적자 탈출이 어려워 보인다. 당초 하반기 시황 회복이 예상됐으나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유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연료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매년 40조원이 넘게 수출을 하고 있는 효자산업이다. 정유산업의 위기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부터 현 상황을 진단해보고 대책을 알아본다.

▶1분기에 엄청난 적자가 발생했다. 이후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

“2분기에는 1분기의 재고손실이 이익으로 바뀌지만 정제마진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적자를 벗어나긴 힘들다는게 중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6월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대비 8% 감소하고, 내년에는 항공유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올해보다 6%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해결도 요원해 섣불리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 업계는 수출비중이 높은데, 수출상황은 어떤가?

“사실 2~4월 수출물량은 크게 줄지 않았다. 저장시설이 부족하고 국제가격이 하락하면서 저가에 팔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여서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중국 수출은 오히려 늘었다. 작년 중국 수출 비중은 20%였는데, 올해는 28%로 높아졌다. 선박용 초저유황유 블렌딩용으로 경유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유업계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진 반면, 국내 업계는 7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업계의 수출물량이 아직 괜찮은 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제마진이 올라야 수익성도 회복될 수 있다.”

▶일본 석유시장처럼 한국도 통폐합 가능성이 있나?

“일본은 고령화, 하이브리드차 증가로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정부 차원에서 통폐합을 단행했다. 자연조건 때문에 대규모 정제시설을 짓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

반면 국내 업계는 정제 규모가 가장 작은 현대오일뱅크가 일본의 가장 큰 정유사보다 더 클 정도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장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석유시장 자체 전망이 밝지 않음에 따라 2018년부터는 수익성이 높은 화학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올레핀 복합분해설비(MFC), 에쓰오일은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SC&D), 현대오일뱅크는 HP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SK에너지도 선박연료유 틈새시장을 찾아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SD)를 준공해 운영하고 있다.”

▶정유사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대책은?

“지난 4월 석유협회장과 각 사 CEO가 산업통상부장관과 만나 유동성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부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 번째는 세금 납부 유예 연장이다. 정부가 석유수입부과금, 원유수입금, 교통에너지환경세의 4월 분을 7월 분으로 유예해줬지만 여전히 대금회수도 안 되고 2분기는 더 어려워졌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 기업어음(CP)까지 발행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조세형평성 개선이다. LPG 수입사는 ℓ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내지 않고 있지만 정유사는 이를 내고 있다. 형평성을 위해 이를 환급해 줘야 한다.

또한 정제공정용으로 사용하는 벙커유에 ℓ당 19.55원의 개별소비세도 면제해 줘야 한다. 원료용에는 이를 면제해주도록 하고 있는데 수백억원 대의 개소세 면제가 안 되고 있다. 오는 7~8월 세법개정때 정식 요청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투자 인센티브 확대이다. 현재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7% 인센티브제가 3년 일몰제로 시행되고 있는데 곧 끝날 예정이다. 일몰 이후 대기업은 1%로 줄어드는 걸로 알고 있다.

정유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조단위로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인센티브가 축소되면 투자 자체가 위축될 것이다. 과거 10%일 때는 대기업들이 왕창 투자한 적이 있다. 대한상의를 통해 계속 건의하고 있다. 여기에 환경 및 안전 설비 투자 인센티브 강화도 요청하고 있다.”

▶수송연료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대책은.

“친환경을 강화하는게 맞다고 보지만 좀 더 과학적 분석을 통해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본다. 영국 교통부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에서 나오는 먼지 중에 비배기 발생 비중이 더 높다고 한다. 이는 전기차나 수소차로 전환해도 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가 하반기 경유세 인상 문제를 다시 꺼내들 것으로 알고 있다. 노후 경유차가 문제지 왜 자꾸 경유를 더러운 연료로 몰고 가는지 모르겠다. 매년 환경부에서 정유사 기름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매번 최고 등급인 별 다섯개를 주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란 뜻이다.”

▶에너지 조세 형평에 대한 입장은.

“국가 에너지 세수 중에 88%가 석유에서 나온다. 지나치게 편중된 세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원전 폐기물 처리비용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니 원간 조세 형평성도 다시 한번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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