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에어컨 효율기준 하향 조정...고효율 정책 역행하나
산업부,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조정 개정안 추진
에어컨만 효율 기준 하향...‘3등급이 1등급으로?’
정부 “기술 한계점 도달...현실화 방안”
소비자단체 “효율 혁신 역행하는 모순적 처사”
작성 : 2020년 06월 22일(월) 16:05
게시 : 2020년 06월 23일(화)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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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에어컨에 대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이 하향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효율 기준을 올려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일반적 개정과 달리 이번 에어컨 소비효율등급 개정은 기준을 낮춰 현재 3등급 제품을 1등급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기술 한계점에 따른 ‘현실화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에너지 효율 정책을 역행한 ‘모순적인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가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에어컨, TV, 냉장고, 창세트 등 4개 에너지소비 효율등급 표시제 대상 제품의 등급 기준을 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TV, 냉장고, 창세트 등 3개 품목에 대해 기존 방침과 동일하게 효율 기준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스탠드 에어컨 품목은 타 품목과 반대로 기준을 하향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었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탠드 에어컨(4kW 이상 10kW 미만)은 지난 2018년 10월 개정안에서 모든 1등급 제품이 3등급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1등급이었던 삼성 무풍에어컨, LG 휘센 씽큐 에어컨 등이 모두 3등급이 된 것이다.

이유는 테스트 방식을 외국에서 주로 하는 방식으로 바꾼 탓이었다. 개정 전 시험 방식은 업체에서 성능을 좀 더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에 정부는 이런 요소를 차단해 기업의 개입 여지를 줄였고 기업들은 시험 방식 변경만으로 등급이 떨어지는 상황을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술 추세에 따른 효율 기준 상향도 더해져 1등급 제품이 3~4등급으로 급락했다. 당시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1등급이었던 에어컨이 올해 3~4등급으로 나눠졌다”며 “조만간 1등급 에어컨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판매가격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났지만 1등급 스탠드 에어컨은 나오지 않았다. 기준을 올리면 따라올 것으로 판단했던 정부의 생각과 달리 업체들의 기술개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에어컨 효율 기준을 현행보다 하향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개정안이 고시되고 유예기간 6개월이 지나면 내년부터는 현재 3등급 스탠드 에어컨이 1등급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등급 비중을 보면 1등급 제품은 없고 2등급은 단 1개(0.01%)뿐이다. 3등급과 4등급이 각각 28.7%와 65.9%로 에어컨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효율관리 제도를 통해 효율향상을 꾸준히 이끌어 왔다. 하지만 획기적인 에어컨 효율 기술이 나오지 않은 이상 효율을 더 끌어 올리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개정안은 기준 하향인 아닌 합리적인 방향으로 효율 기준을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반대로 소비자 단체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 정책을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에서 에너지소비 구조혁신을 주장하고 소비효율 개선을 외쳤던 정부가 결국 대기업 마케팅을 도와주기 위해 정책을 거꾸로 후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10년마다 한 번씩 시행하는 유럽과 달리 2~3년마다 지속적인 효율 기준 강화를 추진한 덕분에 우리나라 가전제품의 효율 수준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진공청소기도 효율 조정을 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준을 올리면 기술이 고도화되고 제품 가격도 올라간다. 이번 효율 조정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가격상승을 막는 효과도 줄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변별력을 확보하고 선택권을 확대하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철 기자 기사 더보기

ohch@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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