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요피크 2030년 넘어야…화학용 계속 증가”

하반기 수급밸런스, 국제유가 완만히 증가
올해 수송용 6% 감소…항공용 2~3년 지나야 회복
국내 정유사 경쟁력 높아, 시장통폐합은 시기상조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준환 박사(석유정책연구팀장)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준환 박사(석유정책연구팀장)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으로 수송용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던 차에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 석유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석유산업의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석유 수요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하루당 640만 배럴(6.4%) 감소했고, 2분기에는 1730만 배럴(17.5%) 감소가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경제부양책으로 그린뉴딜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에너지업계 일각에선 석유 수요가 정점에 도달하는 수요피크가 올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준환 박사(석유정책연구팀장)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감소일 뿐, 수요피크는 적어도 2030년이 넘어야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 박사는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기관들은 석유 수요피크가 2040년 내지는 빨라도 2030년 중반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선진국들의 그린 정책으로 인해 이보다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피크시점은 2030년은 넘어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이에 대한 근거로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견조한 수요 증가와 대체불가한 석유화학용의 수요 증가를 꼽았다.

그는 “현재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의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이고, 그 증가분에서 중국과 인도 비중이 50%를 넘고 있다. 두 나라가 급격히 친환경 정책을 펴지 않는 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또한 석유화학용 석유를 대체할만한 원료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어 이 부문의 수요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초과공급이 나타났던 상반기 석유 수급밸런스가 하반기 균형을 이루고, 이를 통해 국제유가도 완만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상반기 수요가 너무 줄면서 초과공급이 나타나긴 했지만 하반기부턴 수요 증가와 OPEC+ 감산에 따른 공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수급밸런스가 맞아 들어 갈 것”이라며 “올해 수송용 수요는 전년 대비 6% 감소가 예상되지만, 석유화학용은 세계 경제 가동으로 지난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용 수요는 2~3년이나 지나야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는 현재보다 완만하게 오를 것"이라면서도 "충분한 재고 영향으로 유가가 갑자기 배럴당 70~80달러로 오르진 않을 것이다. 이는 사우디의 드론 피격 등 중동의 몇몇 이슈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자국내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최근 5~6년에 걸쳐 석유시장 통폐합이 진행됐다. 최근 SK네트웍스가 300여개의 주유소를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하면서 우리나라도 시장통폐합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 박사는 국내 정유업계의 경쟁력이 역내(아시아 태평양)에서 높기 때문에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의 통폐합은 자국 수요 감소도 있지만 소규모 공장 체제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석유제품 경쟁력이 일본보다 배럴당 2.8달러 높다는 분석이 있다”며 “역내 경쟁이 치열해지면 효율이 낮은 정유사부터 퇴출될 것이다. 우리나라 정유업계는 적어도 5년에서 10년 가량의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박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석유시장의 변화가 더욱 빨라 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산업에 대한 변화가 과거보다 빨라질 것이다. 산업이든 정책이든 예전 관성대로 한다면 늦을 수 있다. 경영학 격언 중에 환경이 변해서 회사가 망하는 게 아니라, 대응을 잘 못해서 망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며 “지금까지 대응을 잘 해왔는지 잘 생각해보고 늦기 전에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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