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Biz팀 박정배 기자
에너지Biz팀 박정배 기자

제20대 국회 막바지에 소방시설 업계는 희비의 쌍곡선을 여실히 경험했다.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법제화하는, 2017년 장정숙 전 의원(민생당·비례대표)이 발의한 소방시설공사업법이 임기 만료를 향하면서 그대로 폐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불과 5월 초까지만 해도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한국소방시설협회 관계자가 “담당자가 국회에 가서 본회의 통과를 위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을 맞이했다.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거세지면서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 n번방 방지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전기통신사업법 등 개정안) 등이 통과하는 과정에서 소방시설공사업법도 일사천리로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에서 처리됐기 때문이다.

과정은 드라마틱했고 이에 따른 감동은 두 배가 됐지만 제21대 국회에서는 재연되지 않기를 바라는 게 법안 이해당사자들의 속내일 것이다.

전기공사 업계는 전기공사업법 개정안이 제20대 국회에서 끝내 통과에 실패한 것을 애석한 결과로 인식하고 있다. 김도읍 의원(미래통합당·부산 북구강서구을)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대기업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대상의 공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분리발주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을 두고 있다.

전기공사는 분리발주가 법제화됐지만, 아직 중소공사업자가 대기업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형국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전기공사협회는 중소공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이 도급받을 수 있는 공사금액의 하한(10억원)을 규정한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공포에 이른 업적을 쌓았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전기공사협회는 대기업 입찰참여 제한 공사 발주기관을 기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에서 지방공사(SH 등 시도별 공사), 지방공단(서울시설공단 등 시도별 시설관리공단) 등으로 확대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여야의 쟁점이 발생할 소지도 사실상 없었다. 다만 법안소위에서 상정까지 됐지만, 순번에서 밀려 다음 단계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미 직전 국회에서 벌어진 결과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번 국회에서는 이 법안이 무탈하게 통과돼 분리발주가 완전하게 정착할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입법부와 이해관계자 사이의 꾸준한 소통과 논의를 다시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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