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인 기상예보 기관들이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거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1)(NOAA)은 올해가 기후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할 확률이 75%라는 보고서를 지난 4월에 발표했고,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도 올해 폭염 일수가 평년(9.8일) 대비 약 두배 이상 많은 20 ~ 25일로 전망하고 있다.

매년 여름만 되면 아파트 입주민들이 정전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었다는 방송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대부분 준공 후 15년 이상 된 아파트들이고, 전국적으로 이런 노후 아파트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여름철 아파트 정전의 주된 원인은 세대별 전력수요는 증가했지만 이를 감당할 아파트의 전기설비는 노후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가전제품이 대형화되고 건조기나 의류관리기기 등 전력소비량이 많은 신(新) 가전제품 사용의 증가로 세대별 전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준공 후 15∼20년 이상 된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소유·관리하는 변압기 등과 같은 전기설비는 변동 없이 운영되고 있다.

‘변동이 없다’라는 의미는 전기수요가 늘었음에도 변압기 등과 같은 전기설비의 용량을 늘리지 않거나, 오래된 전기설비를 교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오래된 전기설비를 방치하여 정전이 발생하면 무더위에 냉방을 할 수 없는 불편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 등 인명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일반적으로 공용설비(엘리베이터, 소방설비, 배수펌프 등)가 정전되는 경우, 아파트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상발전기가 수초 안에 가동돼 정상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지만, 비상발전기가 가동 되지 않아 오랜시간 정전이 지속되는 사례도 많다.

비상발전기가 가동되지 않는 주된 원인은 바로 UVR의 설치 위치 때문이다. UVR(2)은 전기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원을 차단시켜 전기기기(3상 동력기기)의 손상을 방지하고, 동시에 비상발전기를 가동시켜 엘리베이터 및 소방설비 등 안전설비의 가동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사실 UVR의 경우 별도의 규정이 없어, 아파트의 경우에는 메인차단기와 비상발전기 사이에 설치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는 두가지 문제를 야기시킨다. 첫 번째는 한전 측(전원측)으로부터의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경우 UVR 동작에 의해 메인차단기(VCB 등)가 작동되어 각 세대는 정전을 경험하게 된다. 전원측으로부터 정상적인 전력공급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전기안전관리자가 수동으로 UVR을 초기화하고 메인차단기를 투입하기 전까지 정전은 지속된다.

또 다른 문제는 전원 측(한전)으로부터의 전력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아파트 내 각 세대는 정전을 경험하지만 비상발전기가 가동되어 엘리베이터 등 공용설비는 수 초 후 정상 가동되지만, 아파트에서 관리하는 변압기 등 전기설비의 과부하 및 화재 등으로 정전이 발생할 경우, UVR이 정전을 감지하지 못해, 비상발전기를 가동시키는 신호를 보낼 수 없게 된다.

그로 인해 엘리베이터나 소방설비가 동작하지 않고, 단수(斷水) 등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입주민의 불편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2차 사고도 발생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1월 대한전기협회에서는 아파트의 장시간 정전과 비상발전기가 동작하지 않는 사례를 예방하고자‘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저전압에 대한 보호가 요구되는 설비 또는 전기기기를 고려하여 적정한 보호범위를 설정’하도록「내선규정」을 개정하였다.

‘UVR의 적정한 보호범위’는 전원측(한전) 정전과 아파트 전기설비로 인한 정전에도 비상발전기가 가동되면서 세대별 정전 시간을 최소화하는 지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UVR의 적정한 위치가 정전 시간을 좌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인차단기와 비상발전기 사이에 설치된 UVR을 아파트 전기설비인 공용변압기 2차측과 자동절환장치(ATS) 사이로 변경한다면 해법이 될 수 있다. 전원측(한전) 또는 아파트 자체 정전 발생 시에도 UVR이 무전압을 감지하여 비상발전기 정상 가동으로 필수 안전설비와 엘리베이터 등 공용설비는 정상적으로 동작하게 되며, 순간적인 전원측(한전) 정전 시에도 각 세대는 정전을 경험하지 않게 된다. 일본 등 해외에서는 위와 같은 규정을 적용중에 있다.3)

아파트 전기설비는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3년마다 정기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최종적인 전기설비 관리책임은 아파트에 있다. 이번 내선규정 개정을 계기로 변압기 점검 기준과 UVR의 보호범위 등을 검토 후 개선한다면 폭염 기간이 길어진다는 올 여름, 장시간 정전으로 인한 불편은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1)미국 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 미국 상무부의 지구 해양과 대기상태를 조사하는 중앙행정 관청

2) UVR(Under Voltage Relay) : 설정시간 이상 설정전압 이하 시 신호를 보내어 전기를 차단하는 저전압 계전기

3)출처 : 소방시설 전기설비 기준 개발 연구용역 보고서(’14.09 사단법인 한국소방기술사회)

한국전력 배전운영처 배전계통부장 김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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