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만간 발표 예정인 진흥대책 두고 업계 의견 분분

최근 전남 해남에서 발생한 ESS 화재사고 현장.
최근 전남 해남에서 발생한 ESS 화재사고 현장.

지난 2017년부터 연이어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로 국내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SS 사업을 추진해 온 한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 건의 ESS 사업도 수행하지 못했다는 푸념을 하고 있다.

정부는 두 차례에 걸친 ESS 화재조사위원회 활동을 통해 빠르게 화재 원인을 찾고 이에 따른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와 관련 정부는 사실상 ESS의 배터리 충전율(SOC)의 과도한 운영을 최근 이어진 화재의 원인으로 분석하는 모양새다.

그 결과 지난 2월 발표한 ESS 안전대책에 배터리 SOC를 옥외설비 90%, 옥내설비 80%로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안전 대책은 신규 설비에는 의무적으로 적용되지만 기존 설치된 사이트에는 권고 수준으로 적용되는 만큼 반쪽짜리 대안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최근 ESS 화재사고가 발생한 해남지역의 태양광발전소 역시 정부의 권고인 90%를 넘어 95%까지 무리하게 설비를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현장조사 단계로 정확한 사고원인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무리한 설비 가동이 화재의 단초가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상 ESS 안전이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존 설비들이 정부의 권고사항을 최대한 이행할 수 있게끔 유인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 같은 배경에서 볼 때 정부가 이주 중 행정예고할 ESS 진흥대책은 지난 2월 발표한 안전대책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다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행정예고는 SOC 제한 권고를 성실히 이행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부여가 주요 내용으로 담길 예정이다. 이와 관련 사실상 SOC가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최근 분위기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업계는 환영하는 뜻을 보내고 있다.

다만 안전은 잡았지만 진흥의 의미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정책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상 신규 설비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존 수준의 수익을 확보하는데 그친 정책’이라는 일부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센티브 수준이 사실상 SOC를 감축한 수준의 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며 “미래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ESS의 지속적인 투자는 불가피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지속적으로 ESS 시장을 확대하며 우리 시장을 추격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인 정책은 현재 사실상 죽어버린 시장을 살리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꼬집었다.

업계는 지금까지 세계 1위의 ESS 시장으로 불리는 한국이지만 언제든 해외시장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SNE리서치는 ‘국내 ESS 산업 생태계의 위기’ 보고서를 최근 발표하고 지난해 전 세계 ESS 시장은 37.9% 성장했지만 한국 시장은 오히려 33.9% 가량 축소됐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는 지난 2017년 글로벌 ESS 시장의 47%를 점유했던 국내 ESS 시장이 최근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며 결국 3% 이하까지 급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ESS 시장이 화재로 인해 주춤한 사이 해외에서 ESS 종주국이라는 한국의 지위를 수시로 넘보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상황에서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적극적인 ESS 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이달 중 열릴 계획이었던 태양광 연계형 ESS의 진흥대책안 공청회는 코로나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취소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주 행정예고를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내놓는다는 지적도 있다.

피크저감용 ESS의 경우 최근 한전이 업계 간담회를 열고 정보를 공유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논의되지 않았다. 보다 현실적인 고부하‧중부하 시간대 설정과 인센티브 마련 방안 등을 위해 정부와 한전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치밀한 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대책이 결국 ESS 화재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ESS 화재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서 정확히 책임을 물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결국 국민들의 전기요금에서 해결책을 내놓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멈춰선 수레바퀴를 다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많은 힘을 줘야 한다. 기존과 같은 수준의 힘을 준다면 제대로 속도를 내기 힘들고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ESS 진흥대책 역시 이 같은 측면에서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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