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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세대 공존의 기술> 저자

“내가 일하는 막사에는 약 50명의 정신착란증 환자가 수용되어 있었는데 그 막사 뒤 수용소를 두 겹으로 둘러친 철조망 한 귀퉁이에 아주 조용한 곳이 있었다. 그곳에는 시신 여섯 구를 보관하기 위해 기둥 몇 개와 나뭇가지를 엮어서 세운 임시 천막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배수관으로 통하는 구멍도 있었다. 나는 일이 없을 때마다 이 구멍의 나무 뚜껑 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곤 했다. 그냥 앉아서 꽃이 만발한 초록빛의 산등성이를 바라보거나 철조망의 마름모꼴 그물눈 안에 들어가 있는 먼 바바리아의 푸른 언덕을 바라보았다. 나는 간절하게 꿈을 꾸었다.”

빅터 프랭클이 쓴 자전적 수필인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이 인생의 책으로 꼽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3년 동안을 다카우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보낸 처절한 수감 생활을 담고 있다.

윗글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수용소 생활 중 가장 평화로웠던 한순간을 술회한 장면이다. 간수나 수감자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철조망 한 귀퉁이의 공간에서 누리는 짧은 행복의 순간이었다. 그에게 그 작은 지구의 한 모퉁이는 지옥 같은 수용소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더없이 넓은 천국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빅터 프랭클처럼 ‘나만의 공간’을 갈망한다. 돈을 벌고 승진하려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나만의 공간을 더 넓히려는 욕구와 관련이 있다. 나만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것은 분명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왜 나만의 공간에 집착할까? 그건 나만의 공간이 행복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리 컨설턴트인 정희숙 씨는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회사 설립 후 2000곳이 넘는 집을 정리하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은 정리가 잘 돼 있다는 것이다.

또 그녀가 발견한 특기할 점은 남편의 공간이 없는 집은 십중팔구 부부 사이가 안 좋았다는 것이다.

당신은 가정이나 회사에서 ‘나만의 공간’이 있는가? 자신만의 서재나 공간이 있다면 다행이다. 없다면 자신을 위해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해보기 바란다. 마음을 먹는다면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결코 쉽지 않다. 혼자 일 할 수 있는 집무실을 가진 사람은 일부 리더뿐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여러 구성원들이 낮은 칸막이를 경계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책상에서 일한다. 직원의 행복을 고민한다면 오픈된 공간보다는 되도록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조용하고 독립된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의 업무 효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새벽 오히려 미명에 예수께서 일어나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 - 마가복음 1장 35절 -

예수께서도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기도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을 찾았다.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사적인 공간 말이다. 행복한 사람은 ‘제3의 공간’이 있다고 한다. 사회학자 레이 올덴베르그가 사회·경제적으로 번영한 한 지역공동체 사람들의 모임을 살펴봤더니, 그들은 공통으로 일과 가정이 아닌 제3의 공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 공간의 특징은 격식과 서열이 없으며 소박하고 수다를 떨 수 있으며, 출입이 자유롭고 음식이 있는 곳이었다.

뻔한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자신을 만나고 성공 루틴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필자는 강의나 다른 업무 일정이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근처 커피숍으로 간다. 자리는 매번 똑같다. 전망이 좋은 창가 고즈넉한 곳이다. 그곳에서 차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렇게 3년을 실천했다. 이 작은 루틴은 3권의 책을 쓸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도서관에서는 공부가 잘되고 교회에서는 기도가 잘되기 마련이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게 돼 있다. 특히 공간은 더더욱 그렇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방콕을 강요받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집이라는 공간이 바뀌고 있다. 온 가족이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점차 바뀌고 있다. 온 가족이 집에서 조용한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각자 TV나 스마트 기기를 통해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해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안간힘인 듯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만의 공간’을 더 필요로 하는 시대를 재촉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미래의 꿈을 위해 루틴을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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