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임에도 사전입찰 없이 특정제품 모델하우스에 설치
조합·건설사·조명업체 커넥션 의심, 조합원들도“ 선정과정 의견수렴 없었다”
현대건설 “아직 계약 이뤄진 것 없어”, 조합장은 휴대폰 꺼 놓고 묵묵부답

둔촌주공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특정 조명업체의 제품이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제공 =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둔촌주공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특정 조명업체의 제품이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제공 =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사전입찰 없이 특정 조명회사 제품이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명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사전입찰이 없었는데도 특정 조명업체 A사 제품이 설치돼 있으며,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업체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의 조명은 건설사의 조명협력사를 대상으로 사전입찰을 실시한 뒤 거기서 선정된 2~3개 업체가 세대조명들을 납품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하지만 둔촌주공 사업의 경우 사전입찰도 없이 능력이 안 되는 조명업체 제품이 모델하우스에 버젓이 설치됐다”고 주장했다.

둔촌주공 아파트는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170-1번지 일원에 위치해 있으며, 기존 5930여세대를 허물고, 1만2232세대의 새 아파트를 건립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중에서 조명사업은 규모만 100~1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그동안 건설사의 조명협력사로 활동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 사업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으나 모델하우스에 특정 A사 제품이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조합과 건설사, A사 간에 이면계약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 들어가는 조명사업 규모만 120억원 정도가 되는데, 현재 모델하우스에 제품을 공급한 조명업체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8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능력도 안 되는 업체가 어떻게 선정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제29조)에서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계약(공사, 용역, 물품구매 및 제조 등 포함)을 체결하려면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에서 입찰을 통해 선정한 시공사는 조명 업체를 선택할 때 입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예외적인 조항이 들어가 있을 경우 입찰 없이 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

해당사항을 제보한 조명업체 관계자도 “조합에서 적정한 절차에 따라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제3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6일 만난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조합원들은 “업체 선정과정에 대한 조합원 간 의견수렴 과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강동구청 관계자는 “계약 내용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시공사가 자재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은 시공사의 고유권한으로 입찰방식 및 자재선정과정은 행정청에서 알 수 없는 상항”이라고 답했다.

현재 둔촌주공에는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건설, 롯대건설, 대우건설 등 4개의 시공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모델하우스는 현대건설에서 설치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의혹과 관련해 “아파트 시공은 2021년 2월에 예정돼 있어 아직 조명업체를 선정하지 않았고, 경쟁입찰 없이 계약이 이뤄진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명은 아파트 건축과정에서 마지막에 들어가는 기자재인 만큼 지금 단계에서 계약을 체결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 모델하우스에 꾸며져 있는 조명제품과 관련해서는 “사전입찰에서 선정된 업체의 제품으로 모델하우스를 꾸며야 한다는 법적 조항은 없다”며 “모델하우스 제품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설치돼 있는 것일 뿐인데 이를 업체들이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본지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최찬성 조합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계속해서 휴대폰이 꺼져 있었고, 문자메시지를 남겨 놨지만 17일 오후 5시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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