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원광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김범수 원광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과거 정부의 복잡한 정치적인 실타래를 안고 회자되었던 원격의료 서비스가 이번 정부에서 다시금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 19의 빠른 확산으로 어느새 의료기관 방문이 걱정스러워지는 시대가 되면서, 원격의료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마중물로서의 긍정적인 시도로서 테이블 위에 올라있는 형국이다.

해외에서의 성공적인 개념도입 등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보도되었지만, 국내의 의료보험 체계와 의료시장이 해외의 것과 많이 다른 편이어서 부정적인 측면이 그동안 많이 언급되었던 것 같다.

과거 5G의 초저지연시간에 대한 필자의 글에서도 언급한 바처럼 초저지연시간을 달성목표의 하나로 지정한 5G 서비스는 광대역의 전국서비스와 초저지연시간의 달성에 있을 것이다. 초저지연시간이 과거의 생활패턴에서는 그다지 실감되지 않던 부가적인 서비스로 보였다면, 현재 혹은 근미래의 언컨택트 (uncontact)한 삶을 영위할 인간에게는 실시간으로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게 되는 핵심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선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비접촉 비대면의 생활에서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 등과 같은 IT 선진국에 비해 원활히 진행되고 있지 않은 면을 살펴보기로 하자.

코로나 19 직후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재택근무와 텔레컨퍼런스 체계를 발동하며 비접촉 근무를 일상화하였다. 이는 병가나 해외출장시 이미 사용되었던 서비스가 대부분의 직원이 동시에 사용하더라도 회사 운영의 탄력을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의 시뮬레이션이 어느 정도 되어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33번 확진자 직후에 재택근무에 전격 도입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영미권에서 코로나 19 직후 대학강의가 온라인 수업으로 곧바로 대체되었을 때에도, 실시간 온라인 수업의 zoom 프로그램 등이 이미 주요학교에 보급이 되었고, 학생들도 그 사용에 서투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직업을 구하는 구직자들에게는 zoom이나 온라인 서류전형 서비스 등을 통해 방문면접 횟수를 줄여가고 있던 차였기 때문에 이러한 빠른 대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zoom과 같은 실시간강의 및 화상회의 도구가 우리나라에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은 면적에 일일생활권을 자부하였던 터라, 활용성이 낮았던 이유로 첫 학기의 실시간 온라인 강의에는 많은 학교가 소극적으로 대처하였던 것도 현실이다.

해외의 나라들의 강점인 비접촉 소통 부분에서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던 분야는 문화예술 부분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모여 같이 소통하고 환호하는 공연문화, 합주를 통해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음악,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하는 영화산업 등 문화예술 분야는 언제나 사람 간의 접촉으로 인간다움을 표현하는 분야이다.

현재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는 분의 말에 의하면, 당분간 3D 애니메이션같은 컴퓨터로 제작하는 일 외에는 제작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초저지연서비스로 원격연주를 한다거나 원격 스트리밍 공연을 통해 예술의 욕구를 승화시킬 수는 있겠으나 기술론으로 예술혼을 이래라저래라 재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단, 광대역 통신과 초저지연 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감각의 순간순간을 정확히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공감각적인 서비스의 구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이 정도의 제한으로도 흘러넘치는 예술성은 관객에게 (더 객석의 형태는 아니라 하더라도) 전달되고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원격의료 서비스로 돌아와 보자. 원격진료를 통해 처방을 받는 것은 최근의 자국 우선주의로 소통이 단절되는 국가 간의 교류에 장점이 있을 것이다.

국내의 원격진료에서는 정부의 비대면 경제서비스와 비대면 의료서비스 산업의 육성책을 통하여 곧 시도할 확률이 높아졌다. 이미 한시적인 전화 상담과 처방을 진행하고 있으나, 기본적인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 채로 급히 시도하여 부작용을 이야기하는 측도 있다.

코로나 19 시대로 사람간의 불신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책임한계 설정과 신뢰성 확보도 앞으로의 발전을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햅틱서비스와 같은 실시간 감각전달의 극대화가 초저지연시간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원격의료의 미래는 정치경제적인 딜레마적인 어려움을 논외로 하고서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며, 시스템적인 구현의 가능성은 밝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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