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설치된 A사 제품 한전 자체 규격 미달 민원
업계, '이중화 자동절체, 전압보상 등 핵심 기능 구현 못한다'
한전, '규격시험 문제 인증기관 통해 검토 중'

충전기업계에서 한전에 납품 중인 변전소용 충전장치 제품. 해당 제품들은 A사 제품과 달리 고주파방식을 채택해 부피가 작고 한전 표준규격에 부합한다.
충전기업계에서 한전에 납품 중인 변전소용 충전장치 제품. 해당 제품들은 A사 제품과 달리 고주파방식을 채택해 부피가 작고 한전 표준규격에 부합한다.

한전이 지난해 납품받은 변전소용 충전장치가 이중화 자동절체 등 핵심 기능을 구현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 충전장치는 한전 사업소 내 변전소에 설치돼 상시 공급되는 AC380V가 차단됐을 시 내장된 변압기를 통해 전압을 DC125V로 전환해 설비에 공급하는 장치다. 변전소 내 연축전지 충전기능까지 겸해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정전사고를 막는 안전장치 역할까지 수행한다.

업계에선 지난해 납품된 제품이 발주규격에 미달해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입찰 단계부터 우려를 표해왔으나 한전은 설비가 가동 중인 현시점까지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3월 이후 7건의 입찰 공고를 내고 충전장치 제조업체 A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았다. 현재 A사의 제품은 한전의 전국 사업소에 10여 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전기업계가 A사 제품의 문제점을 1확인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의 일이다. 업계에서는 A사가 실제 제품을 납품한 뒤 한전의 자체 규격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중화 자동절체·부하전압 보상 등의 핵심기능을 구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즉각 문제제기에 나섰다.

최초 민원을 제기한 업계 관계자 B씨는 올해 4월부터 지난 6월 1일까지 3차례에 걸쳐 A사 제품이 규격에 미달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민원을 넣었다. A사 제품이 한전의 충전장치 표준규격인 ‘ES-6130-0001’과 일치하지 않고, 설비가 가동 중인 현재까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전은 이와 관련한 2차례 회신을 통해 “기능 구현에 문제가 없으며, 일부 기능은 2020년에 납품된 장치에서 보완됐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A사의 제품이 기능상의 미비점을 보인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A사 제품을 설치한 한 사업소에서는 기존 제품에 변압기 1대를 추가하는 기능 보완을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납품 제품에 변압기가 1대만 설치돼 이중화 자동절체 기능 구현이 어렵다는 민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충전기업계 한 관계자는 “A사의 제품은 1대의 변압기만 설치해 충전기 2대에 전원을 공급토록 돼 있는데, 변압기가 소손되면 충전기가 모두 셧다운돼 예비전원으로서 기능을 할 수 없다”며 “현재 설치된 A사 제품만으로는 충전기의 이중화 자동절체·부하전압 보상 등 핵심 기능을 정상 구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전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제품에 일부 문제점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조치가 취해지기까지는 보다 면밀한 조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A사 충전기의 이중화 자동절체 기능이 미비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며 아쉽게 생각한다”며 “올해 납품을 위해 해당 업체로부터 새로 받은 제품 설계도면에는 변압기 1대가 더 추가돼 있어 기능 구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가 제기해온 규격 불합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존 한전 표준규격은 일부 해석의 여지가 있고, 신규 업체 시장 진입을 유도하기에는 조금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정시험 과정에서 규격시험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인증기관에 질의를 한 만큼 결과가 나와봐야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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