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지속가능하게 추진하도록 구체적 로드맵 마련할 것”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그린뉴딜은 안돼...에너지 규제 푸는 것도 뉴딜”
“온실가스 목표 강화보다 감축 달성이 더 중요”
“에너지소비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기요금 합리화 필요...지금은 연동제 도입 적기”

정부가 에너지전환 추진 3년 차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았다. 경기 침체 속에 에너지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위한 움직임은 멈출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에너지전환 이행을 위한 채비를 끝냈다. 에너지전환정책 이행 및 성과 확산, 미래에너지 비전 선도를 위한 연구협력 강화,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을 중점 추진사업으로 삼고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도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에너지전환이라는 국가 에너지정책을 지속 가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전략 로드맵을 만들어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역에서 진행한 조용성 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코로나19로 에너지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트코로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19 여파로 에너지업계 전반이 모두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국내 석유수요 및 수출이 감소하고 정제마진이 악화됐으며 국제 유가 급락으로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수요 회복과 수출확대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 정유산업 수익 안정성 제고를 위해 사업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전력산업도 전력수요 둔화, 유가 하가 등에 따른 연료가격 변동으로 인해 전력시장의 연간 정산금 총액은 전년 대비 하락할 전망이다. 이에 도매시장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시점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내 신재생산업은 글로벌 시장 축소 등의 영향이 크지 않으리라고 보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안정적인 내수시장 확보와 비용 효율성을 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국내 제조업과 건설서비스업 역량을 보전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위기 극복방안으로 그린뉴딜이 주목된다. 이에 대한 전망은?

경제위기와 온실가스 감축의 이중압박에 직면하면서 그린뉴딜이 다시 주목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경기부양→ 기업회생→ 일자리 창출→ 소득창출→ 세수증대→ 재정 건전성 회복의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고 충분히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만 어느 산업 중점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당장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다시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한다면 그린뉴딜은 반쪽자리가 될 것이다. 경제성장을 그린리커버리(이상 상태를 정상상태로 복원)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한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경기를 살리는 것만이 뉴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무거운 정부가 힘을 빼고 많은 규제가 있는 에너지시장을 풀어주는 것도 뉴딜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가격체계, 조세체계 개정이 에너지 뉴딜의 첫 단추가 됐으면 한다.

▲NDC 제출이 올해다. 감축 목표에 대한 이견이 많다.

파리협정의 진적원칙 등으로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현재 2030년 감축 목표는 파리협정의 기본 취지인 상향식 접근법에 따른 최선의 감축목표이기 때문이다.

목표 강화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도록 이행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30년 목표가 달성돼야 이를 기반으로 2050년 목표를 강하게 가져갈 수 있다. 100%로 만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이번에는 이행에 집중하고 성과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울러 지난해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 BAU 37% 감축이라는 애매했던 상대적 감축량이 2017년 배출량의 24.4% 감축이라는 절대량 감축으로 바뀐 것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에너지소비혁신은 에너지전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과제다. 다만 항상 뒷순위로 밀려 정책 이행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다. 소비혁신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에너지소비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가능·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 가용한 자원을 동원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에너지소비혁신 없이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2040년 목표수요 달성도 어렵고 2050년 장기 감축 목표에 대한 논의도 나아갈 수 없다. 다행히 기존 에너지정책과 달리 최근에는 수요관리 효율화 정책이 주요 정책으로 다뤄지고 있다.

다만 에너지소비혁신을 위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합리적 가격체계 구축, 수요관리 정책의 내실 강화, 효율 향상 투자 확대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그린뉴딜과의 연계 투자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 기축건물 등 자발적 효율 향상 유인과 역량이 부족한 영역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연내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서둘러 개정해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등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콩보다 싼 두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견해는?

전기요금은 현실화보다 합리화가 중요하다. 콩보다 싼 두부 역시 두붓값을 올려야 한다는 것보다는 콩 가격 변동이 두부 가격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자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인하 여부보다 합리적으로 요금을 산정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비용 변화가 적기에 반영되어 자연스럽게 전기요금이 결정될 수 있다. 특히 전력생산 비용을 적기에 요금과 연계하는 ‘연동제’ 같은 정책은 유가가 급락해 전기요금 인상 우려가 적은 현시점이 도입 적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예측 가능하고 점진적 방식으로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꼭 줘야 한다. 호텔 비용이 성수기에 비싸고 비수기에 저렴한 것처럼 계시별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부 규제, 공기업의 주도적 역할 및 송전배전판매 부문의 독점적 수직통합 구조는 전 세계에 유례없는 우수한 품질의 전력을 저렴한 가격에 보급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와 이를 둘러싼 규제환경이 경쟁을 왜곡하며 새로운 기술의 수용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에너지전환 등 에너지분야의 시대적 조류는 전력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친환경 에너지 기술과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판매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판매시장을 개방할 경우 지배적 사업자를 두고 시장의 공정경쟁을 어떻게 조성하는가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시장참여자의 전력구입과 망 이용에 따른 불공정 문제 해결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만약 현실적으로 신규진입 방식의 판매시장 개방을 통한 시장구조의 변화가 여의치 않으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구입(RE100)과 관련해서 시장의 일부를 개방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 등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는가?

재생에너지 등 분산 에너지시스템 정책은 로드맵 수입을 필두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연내 로드맵 수립이 완료되고 이에 따라 정책이 잘 추진된다면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에경연에서도 산업부 과제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 수립방안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과제에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대책 마련과 분산에너지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담길 계획이다.

반면 현재의 분산에너지 정책 논의가 전력에만 치우치는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앞으로는 열원이 사용되는 분산에너지에 대해서도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원전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과제는?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전지역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원전의 안전운영 관련 산업생태계와 핵심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원전 비중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산업규모는 작지만 안전하고 효율성 높은 강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전 운전유지관리 부문 수출, 신재생에너지와의 상생, 해체산업 육성, 비발전 분야 생태계 육성 등이 그런 것들이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공론화 정차를 공정·투명하고 차질 업이 진행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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