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경마를 송출하는 국제방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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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의 한 기고문은 B.C와 A.C를 비포코로나(Before Corona), 애프터코로나(After Corona)로 새로이 정의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현대 문명에 예수 탄생과 비견할 만한 충격을 가져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시장의 각 영역-생산, 유통, 소비-에서 비대면 거래가 더 앞당겨질 것이고, 경제주체들은 어떠한 위기나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더 유연해질 것이다. 2020년 코로나 기원을 맞아 경마생태계도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말 생산, 경매, 경마산업에서 ‘비대면’이 주류가 되었고 한국마사회는 K-경마 수출사업자로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 “생산은 깨끗하게, 유통·소비는 언택트(Un-tact)로”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 우한의 한 수산물시장인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에 대한 경각심이 늘었다. 동시에 자가격리로 동물원 철창 속 동물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며 동물복지와 축산업에서의 ‘슬로우’ 문화 바람이 불고 있다. 농업, 축산업과 같은 1차 산업에서는 ‘느리지만 안전하게’가 새 슬로건이 되었다.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목장에서도 사육환경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청정 말산업 방역 체계” 구축을 위해 하반기부터 국내 말 생산농가에서 전염성 질환을 검사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매사인 패시그-팁톤(Fasig Tipton)은 일찌감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았다. 앞으로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라이브로 온라인 응찰이 가능하다. 패시그-팁톤의 회장 보이드 브라우닝은 변화된 사회적 규범 속에서 지금 시대에 가장 부합하는 시장은 온라인 경매시장이라며 2020년 이후에도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온라인 전용 경매시장도 오픈할 계획이다. 브라우닝 회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는 어떠한 변화에도 기꺼이 적응할 자세가 되어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도 4월 내륙 국내산마 경매를 최초로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했다. 처음 시도하는 온라인 경매였지만 상장된 51두 중 23두가 낙찰되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전년도 낙찰률 20%(10두 낙찰/50두 상장)에 비하면 오히려 온라인으로 구매자의 접근성이 증대되어 낙찰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차츰 잦아들자 유럽 각국은 봉쇄령을 완화하며 경마 재개 타이밍을 보고 있다. 여기서 경마는 물론 ‘무관중’ 경마다.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모든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었지만 프랑스 경마를 주관하는 갤럽은 농업재무부의 승인을 받고 5월 11일에 무관중으로 경마 경주를 시행했다. 프랑스에서 무관중 경마가 시작됨에 따라 영국, 아일랜드에서도 다음 달 경마 재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이 경제활동 재개를 서두르며 캘리포니아주 골든게이트필즈 경마장도 5월 14일 무관중 개장을 주 보건당국으로부터 승인 받았다. 무관중 경마가 열리는 켄터키주나 플로리다주에 출전이 가능한 말들을 빼앗길까봐 재개를 서둘렀다는 후문이다. 곳곳에 있는 말 목장과 경마장의 잔디 덕택에 블루그래스 스테이트(Bluegrass State)라는 별칭이 있는 켄터키주는 무관중 경마에서 한 발 더 앞서나갔다. 켄터키주 처칠다운스경마장은 9월 5일 “유관중” 켄터키더비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처칠다운스경마장 CEO 빌 카스탄젠은 “초국가적 스포츠 행사인 켄터키 더비 관중들의 안전을 위해 연방 정부, 주 정부,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디지털 콘텐츠 수출이 ‘뉴노멀(New Normal)‘”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상품 수출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지만 온라인 상품 수출입은 오히려 대호황을 맞이했다. 1분기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직구’는 665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경제가 도약할 것으로 전망하고 ‘디지털 통상’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사회도 경마상품의 해외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경마 경주는 지속 재생산이 가능한 콘텐츠로서 비대면에 연결이라는 개념이 더해진 온택트(On-tact) 시대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다. 작년 한 해 동안 4대륙 14개국에 761억 원 치 경주실황을 수출했다. 올해는 전 대륙 수출이 목표다. 우리 경주가 한 번도 닿지 않았던 아프리카 대륙에 첫 수출을 시도할 계획이다.

일본과 홍콩은 코로나19가 정점을 달했던 4월에도 경마를 중단하지 않았다. 관중 없이도 경주를 지속하며 경마가 중단된 국가들에 경주를 수출했다. 특히 홍콩은 전 세계 경마가 일시정지 된 상황을 기회로 삼고 경마를 전면 중단한 나라들을 타겟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홍콩은 터키에 최초로 경주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경주가 수출되면 각 국 경마 관계자들이 해당 국가의 경주 수준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우수한 경주마들과 경마 인력들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증대된다. 해외로 경주마 판로가 확대되면 경주마 생산, 육성의 양과 질이 향상된다. 온라인 수출이 오프라인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한국 경주마 관계자들도 경마가 재개되고 경주 실황이 각 국으로 송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경마가 재개되면 즉각적으로 최소 6개국에 경주 수출이 가능하다.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경마가 여전히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에 판매 상품 감소로 어려움에 봉착한 각 국 경마 관계자들이 한국 경마 재개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정통 경마뿐만 아니라 제주 조랑말 경주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 조랑말 경주는 지금껏 세계 경마 경주에서 보지 못했던 생김새와 독특한 스타일을 앞세워 새로운 수출 상품으로 대두되고 있다.

◆ “마사회, K-경마로 신북방·신남방 진출 본격 시동”

우리나라는 K-방역모델로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경마에서도 다르지 않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경마시행의 기준을 제시하는 새로운 수출 모델을 발굴했다. 지금까지는 경마 종주국인 영국이나 대표적인 경마 선진국인 미국, 호주의 경마 시스템이 선호되었다. 한국마사회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이때를 틈타 아시아 경마 신흥국에 일원화되고 조직적인 한국경마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K-경마로 아시아 경마 신흥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코로나 이전 시대에서 마사회는 국내 열악한 경마인프라 확충을 위해 경마산업 전반을 관장하며 마필생산, 발매전산시스템 등 민간분야의 기초체력을 다져왔다. 이제는 신북방, 신남방 진출에 시동을 걸며 마사회는 민간 기업들이 한국 경마를 매개로 새로운 시장에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간 민간시장에서 직접적인 지원책을 펼쳤던 마사회는 코로나 19에 대응하여 경마 노하우와 보유자원을 민간 기업들에게 공유하고 참여자들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바꾸었다.

경마 중단 세 달. 세 달 만에 포스트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했다. 그 동안 마사회는 비대면·글로벌로 전략을 짜고 중단 기간 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했다. 2조 5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기에 경마 재개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마관계자들과 경마팬들의 안전이다. 야외 스포츠지만 조심스럽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가 적극적으로 이행된다면 단계적으로 경마팬들을 입장시킬 계획이다. 마사회는 매일 경마공원을 닦고 소독하며 다시 경마팬들이 경마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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