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의 역할 확대가 심상치 않다. 최근 미국 EIA의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미국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11%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석탄발전이 약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 점을 고려한다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증가가 파격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발전비중 20%를 목표를 특히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가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겨야 할 만한 대목이겠지만,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기존 발전원과 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송전탑 건설의 경우 지역민원의 해결에만도 수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계통보강 정책이 지금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상조건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간헐적 공급의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운영예비력 제도 및 보상방안 등 경제적 인센티브 제도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적 성격으로서 미래의 수요전망을 바탕으로 이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설비계획에 국한되기 때문에, 전력시장 설계 정책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기능을 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선진적인 기술로 개발된 하드웨어라 할지라도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하드웨어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에너지 전환정책에서 다루는 주 테마는 아직 하드웨어에 치중되어 있는 편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목표로 한다면 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를 갖춘 전력시장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겠다는 취지다. 자연 에너지를 스마트하게 이용하려면 전력시장도 자연법칙을 따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법칙이라 함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의미한다.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내려야 하고,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이 증가해야 하는 것은 자연법칙이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상승하고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자연법칙이다. 얼핏 단순하게 보이는 자연법칙이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대가가 따르게 된다.

조금 어렵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열역학법칙에 의하면 엔트로피는 오로지 증가하는 방향으로 그것도 비가역적으로만 증가한다. 하지만 높은 엔트로피와 낮은 엔트로피에서 무엇을 택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화석에너지는 높은 엔트로피이며, 재생에너지는 낮은 엔트로피에 해당한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낮은 엔트로피 기술에 해당하는 셈이다. 한편 정보경제학에서도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정보나 메시지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정보의 엔트로피 지수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어떤 정책이 시장의 자연법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에도 정보의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연법칙을 거스를 때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부수적인 규제가 들어옴으로써 처리해야 하는 정보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자연에너지의 법칙에 의해 전기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하게 되면, 시장에서도 자연법칙을 존중하는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엔트로피 증가를 완화하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시장참여자의 정보처리 비용을 완화할 수 있는 저 엔트로피의 시장규칙이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의 탑다운 방식이나 규제 위주의 시장운영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상조건은 실시간으로 변한다. 그에 맞춰 재생에너지의 공급도 증감한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실시간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장규칙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가능케 할 것이다.

저엔트로피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고엔트로피의 탑다운 규제방식을 고수하게 되면 엔트로피 충돌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이는 미래세대의 비용으로 남게 된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더 이상 미래로 자꾸 비용을 넘기지 말기를 바란다.

박호정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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