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의 세계 ‘스마트가로등’을 품다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최우선 과제로 낙점
하드웨어 개발로는 부족…운영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동반되야
통신방식 표준화 놓고 업체별 입장 달라

스마트가로등이 적용된 부산 센텀시티 도로.
스마트가로등이 적용된 부산 센텀시티 도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조명업계도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한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가로등은 전 세계 도시에서 사용되는 공공전기 사용량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상당량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총 300만대의 도로조명이 설치돼 있다. 도로조명의 연간 전력소비량은 3556GW로, 이를 전기료로 환산하면 4036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자료를 기준으로 도로조명 전체를 스마트가로등으로 교체했을 경우 연간 2667GWh가 절감된다는 시뮬레이션도 있다. 이는 고리원전 4호기의 연간 전력 생산량(2150GWh, 2017년 기준)을 상회하는 규모다.

미국 경제잡지인 포브스에 따르면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전 세계 221개 도시 중 25%는 스마트가로등을 우선사업으로 시행 중이며, 이를 스마트도시 구축에 중요한 기간시설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 도로조명이 앞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전망에 맞춰 시장에서는 스마트가로등에 대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있는 반면 시장 참여를 위해 사전작업을 준비 중인 업체도 있다.

이 업체들은 기술 개발 여부를 놓고 상이한 이해와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스마트조명에 대한 정의와 범위가 기관‧업체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 스마트가로등은 …

국내외 다수의 업체들이 스마트가로등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속하며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지만 스마트가로등의 정의는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국내 스마트가로등 선두업체인 블루카이트는 스마트가로등을 ▲원격통신 ▲디밍 ▲현장 예경보를 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포함한 가로등으로 잠정적으로 정의하고, 기술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가로등 카메라를 통해 주변에서 위급상항이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관제기관에 팝업형태로 정보를 알리고, 관제센터가 위급상황이 맞다고 판단하면 가로등에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예경보를 표시한다.

블루카이트 스마트가로등의 특징은 LED조명과 카메라를 일체화 해 기존 도로조명의 폴 교체 없이 스마트도로조명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인 에코란트는 조명 자체보다 가로등 등주의 역할을 강조한 ‘스마트폴’ 개념에 집중하고 있다.

에코란트는 기존의 지능형 무선 원격 디밍제어‧관리의 스마트가로등 솔루션에 이종의 스마트장치 간 ▲연동성‧호환성‧수용성‧확장성 인터페이스 ▲스마트폴 활용으로 새로운 융복합 빅데이터 창출 ▲데이터 서비스 알고리즘을 토대로 스마트도로조명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백영호 에코란트 본부장은 “우리나라보다 조명기술이 앞서 있는 유럽도 스마트도로조명이 확대되면서 가로등주 안에 여러 어플리케이션을 결합한 스마트폴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는 스마트도로조명을 ▲외부밝기에 따른 조광제어 ▲환경요인별 광량 자동제어 ▲통신망을 통한 개별 혹은 그룹별 자동제어를 포함하며, 기술적 장치로 ▲센서 ▲유무선 통신망 ▲자동제어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고 정의했다. 이에 업계는 스마트가로등에 대한 이해도가 업체 간, 국가 간 다르기 때문에 스마트가로등의 정의부터 구체적으로 정해야 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스마트가로등에 대한 정의가 이미 확실해 정할 것이 없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스마트가로등 시장, 조명업체 역할은.

스마트가로등은 조명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업체들은 가로등기구와 등주 외에도 가로등이 자체적으로 얻은 정보를 통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도 개발해야 한다. 이는 LED가로등처럼 단순히 가로등 제품을 만들거나 사서 조립하는 것을 뛰어넘어 많은 연구 개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폴 기업들은 스마트 폴에서 함께 사용될 수 있는 기능으로 ▲5G Wifi ▲지능형 CCTV ▲스마트조명센서 ▲복합환경 센서 ▲위험알림버튼 ▲전기차‧스마트모빌리티 충전 ▲공유주차 서비스 연계 등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실시간 교통량과 유동인구 분석 ▲날씨정보 또는 환경센서 연계 위치별 날씨정보 서비스 ▲카메라 이벤트 분석시 가로등밝기 자동 조절 및 관계기관 제공 ▲신속한 주차공간 파악 서비스 ▲안전버튼 동작시 가로등 밝기 증가와 유관기관 통보기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가로등에 다양한 기능이 접목되면서 제기되는 게 바로 표준화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개별적으로 시스템 개발을 이어나가면 가로등에 들어가는 기술이 중구난방이 돼 국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미 표준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스마트가로등 시스템이 표준화 되면 저가시장이 형성돼 결국 국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며 “업체마다 아이디어를 살려 개발해 나가면 결국 시장이 표준을 정해줄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표준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스마트가로등 제어 시스템의 표준 기술을 선정하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면서도 제어 시스템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공감했다. 서울시는 다양한 스마트 기기간 연동성 및 통합관리를 위해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가 아닌 모든 공급자가 적용 할 수 있는 API가능, 개방성 소프트웨어를 표준화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스마트시티로 확장이 이뤄질수 있는 기술을 선정할 예정이다.

◆어떤 통신방식을 사용할 것인가.

통신방식의 표준화는 조명 업계 내에서 가장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는 분야로, 현장에서도 업체마다 각양각색의 통신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네비건트 리서치는 ‘실시간 제어가능’, ‘충분한 데이터양’, ‘정보보안성’를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스마트도로조명 통신 방식에는 RF 메쉬방식과 전력선/RF 메쉬 하이브리드 방식이 적합하며 시그폭스(Sigfox)와 로라(LoRa)방식은 부적합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외 기업들은 RF 메쉬방식을 주로 적용해 스마트도시사업에 참여 하고 있으며 시그폭스와 로라 방식은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어 단순 조광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는 동남아와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적용되고 있다. 또 최근 유럽 도시들은 데이터 안정성과 통신비용을 고려해 스마트가로등 운영에 M2M 통신방식(NB-IoT, Cat.M1)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력선을 이용한 유선통신과 스마트 무선통신 중 무선통신 방법이 주로 채택되고 있다. 무선 통신방식은 대역별로 복잡하게 세분화 돼있어 적용기술과 데이터 수집 방식에 따라 최적의 통신방식이 다르다.

이에 표준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업체마다 최적의 조건이 달라 통신 방식 표준은 불가능하다”며 “언젠가 정해질 수 있겠지는 아직까지 무리”라고 말했다. 반면 통신방식 표준화를 주장하는 업계에서는 “업체끼리 표준을 서둘러 정해야 기술이 집약되고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많아진다”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제공해 많은 업체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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