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월드뷰) 코로나와 민주주의
작성 : 2020년 05월 11일(월) 10:17
게시 : 2020년 05월 12일(화)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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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엄살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는 인종적 편견이나 자존심에 난 상처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기들은 잘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서구 일부 언론은 우리나라의 코로나 19 방역이 성공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모범적인 모델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다르다. 개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선택에 맡기는 것보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서 공개하는 것, 자가격리를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것,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세계 각국은 확실한 성적표를 발부받았다. ‘확진자’와 ‘사망자’라는 성적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유럽은 낙제했다. 코로나 19를 비교적 빠르게 가라앉힌 나라들은 하필 발원지인 중국을 포함해 싱가포르와 대만, 베트남과 그리고 우리나라다. 공교롭게도 모두 한결같이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정서가 있는 나라들이다. 아시아 방역 모델의 공통된 특징은 ‘격리’와 ‘추적’이다. 확진자뿐만 아니라 잠재적 감염자까지 이동 경로를 낱낱이 공개하고 이동을 제한했다. 우리나라에서 초기부터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공개한 것처럼 싱가포르는 감염 의심자를 찾아내고 자가격리시켰다. 격리 기간에는 사진을 찍어서 위치를 보고하도록 했다. 홍콩과 대만에서도 해외 입국자의 이동 경로를 조사했다. 중국은 아예 단속을 위해 군대와 경찰을 동원했고 도시 전체를 봉쇄하기도 했다.
서구에서도 환자가 급증하자 뒤늦게 아시아 모델을 따라오기는 했다. 하지만 역시 말이 많다.
코로나 19로 인한 공포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의 연구기관과 프랑스 정부가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스마트폰 앱 개발에 나섰지만, 내부 반발이 거세다. 미국에서도 자가격리 조치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칙적으로 따진다면 자가격리를 통한 이동의 자유 제한은 법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이 맞다. 환자의 동선 추적 공개도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다. 당연히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 우리는 감염 예방이라는 공익을 우선 가치로 여기고 정부 통제 권력의 강화를 당연하고 나아가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정부의 권력은 커졌고 반대로 개인의 권리가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이후 ‘큰 정부’는 불가피해 보인다. 각국 정부의 경제 개입 규모만 봐도 그렇다. 코로나 여파로 각국 정부가 투입한 돈은 약 8조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정부는 해결사다. 미국에서도 정부는 민간에 개입한다.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마스크 생산을 강제하고 수급을 통제한 것처럼, 미국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에는 인공호흡기를, 3M에는 마스크를 강제로 만들게 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지원하는 것도 이제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되었다. 세계는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떤 전쟁도 수행하려면 힘의 통제와 집중이 필요하다. 국가 권력은 확대되고 세금은 늘어나고 국민의 부담은 커질 것이다. 위기는 보통 이렇게 변화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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