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기자 생활을 하면서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기초가 탄탄해야 취재 과정에서 듣는 수많은 얘기를 제대로 여과하고, 취재 내용이 정확하게 보도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본다.

신입기자를 하면서 듣고 있는 그 얘기가 지능형검침인프라(AMI) 관련 업계를 취재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나는 요즘이다.

한전이 2250만호 AMI 보급이라는 대규모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통신, 계량기 분야에서 추진해 온 지난 10년의 성과를 돌아보면 이런 기초 부분이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몇 차례 사업이 지연되고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AMI 사업의 당위성을 위협받았기 때문이다.

보급률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AMI 계량기 64만여 대가 리콜됐고 AMI 고장처리 건수는 29만여 건에 달했다. 원인으로 한전의 최저가 가격경쟁에 따른 업체의 낮은 수익성이 거론됐다. 수익보전을 위한 업체들의 불량 계량기 납품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부분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보급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보급만큼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는지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통신은 담합과 기술문제에 부딪혔다.

HPGP PLC, IoT PLC, LTE 등의 통신방식 선택과 보안기술에 있어 업계의 우려가 나오지만 한전은 경제성과 고성능을 내세운 사업에 보다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이대로 가다간 매몰 비용이 상당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일은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는 일이다.

공동 주택 AMI 설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AMI 사업의 당위성에는 계시별요금제 도입도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한 기초 작업이 단독주택과 공동 주택 모두에 AMI를 설치하는 일이다. 그러나 AMI 2250만호 보급에 공동 주택인 아파트의 비중은 적다. 제도에 막혀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전 AMI 보급사업이 완료돼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제도 개선을 위한 면밀한 기초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에 설치한 AMI는 이제 교체시기를 맞았다. 한 번도 활용해보지 못하고 교체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민수용 AMI 보급사업이 지연되면 이런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답답한 문제만 가득한‘AMI 2250만호 보급 완료’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

AMI 보급사업의 성공을 위해 기초부터 다시 한번 살펴보는 꼼꼼함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