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20대 국회가 이제 곧 끝난다. 5월 30일이면 21대 국회가 개원한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협상과 대화는 안 하고, 끊임없이 싸우기만 했기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묶여 있는 법안은 모두 1만5665건에 이른다. 처리되지 않은 민생 법안이 쌓여 있지만, 처리율은 36%에 불과하다. 역대 가장 낮은 법안 처리율이다. 정말 꼭 필요한 법들이 논의도 제대로 되지 못한 채 헌 신짝처럼 버려졌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한 마디로 양자택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낳은 비극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한국의 대표 지성이라고 불리는 이어령 선생은 양자택일을 넘어선 창조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름밤 ‘바람이 들어오게 창문을 열라’는 아버지와 ‘모기 들어오니 창문 닫아라’는 어머니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든 분쟁과 화를 모면할 수 없다.

하지만 창문에 방충망을 달면 바람은 들어오고 모기를 막는 새로운 해법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게 이어령 선생의 얘기다.

그렇다.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싸운 몇 가지 이슈를 보면 소득주도 성장, 주 52시간 근로제, 탈원전 등의 정책적인 부분과 공수처, 선거법 등 법 개정과 관련된 것들이다.

어찌 보면 국민의 삶과는 직접적인 관련도 별로 없는 것들인데, 양쪽이 이념대결로 몰고 가다 보니 끊임없이 정쟁만 난무했다. 서로가 대안을 제시하면서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면 협치가 가능했던 사안이다.

21대 국회는 180석이나 되는 사상 초유의 거대 여당이 탄생해서 여당은 야당과 대화 없이도 원하는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힘까지 갖게 됐다.

그래서 이런 식이라면 20대 국회보다 더 최악의 국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회는 여야로 나뉘어서 싸우라고 만든 게 아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하며, 국민을 대신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국가기관이다.

21대 국회는 양자택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속에 갇힌 채 충돌을 멈추고, 새로운 해법을 창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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