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인문학 TV 토크쇼에서 한 교수가 나와 녹생성장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녹색성장은 모순적이며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책은 방향성이 중요한데 환경과 성장을 둘 다 가져가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4대강, 원전확대 등의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생성장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정책을 이행했던 위정자들의 잘못이지 정책 방향성의 잘못은 아니다. 아직까지 ‘녹색성장=4대강 사업’으로 보고 있는 교수의 편협한 시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다행히 요즘에는 성장과 환경이 함께 갈 수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다르게 진행되는 탈동조화는 선진국에서 이미 십수 년 전에 시작됐고 EU에선 녹색성장과 방향성이 비슷한 ‘그린딜’ 정책을 발표해 매년 33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EU 선진국들은 기후위기 대응 및 탈탄소 산업 인프라 구축, 녹색산업 전환 등 환경 정책을 경기부양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선에서도 ‘그린뉴딜’은 핵심의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린뉴딜의 움직임은 있다. 얼마 전 총선에서 정의당, 녹색당을 비롯해 민주당까지 그린뉴딜을 주요공약에 포함시켰다. 민주당이 총선 대승을 거뒀으니 그린뉴딜은 어떤 방향으로든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기를 좀 앞당길 필요성이 있다. 에너지 다소비국가, 기후 악당 오명을 지워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우선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위기의 끝은 알 수 없지만 코로나는 언젠가 사라진다. 이후 전대미문의 경제적 충격이 전방위적으로 밀려들 것이다.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린뉴딜을 활용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재난기본소득 세정지원 등의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미래산업에 투자하는 게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투입할 자금이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될만한 미래지향적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경제 구조와 삶의 방식 등 사회·경제적으로 거대한 변화가 나타나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라고 했다. 또 거대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는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세계 경제는 위기다. 우리나라도 위기다. 이 위기를 그린뉴딜을 통해 녹색전환의 기회로 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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