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월드뷰)마이너스 금리의 세계
작성 : 2020년 04월 20일(월) 13:14
게시 : 2020년 04월 21일(화)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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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우리는 돈을 빌리면 이자를 낸다. 보통의 경우는 그렇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지금까지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가 조금이라도 붙어 있었다. 그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자가 붙는 게 아니라 예금을 맡기면 오히려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도 사람들은 은행을 찾을까. 엉뚱한 얘기가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현재 세계의 금리 수준은 사상 최저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0~0.25%로 제로 금리 수준으로 낮아졌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기준금리를 0.25%로 인하했다. 우리도 기준금리를 0.75%로 내려 0%대 금리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이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인 곳도 꽤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제로 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200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2012년 덴마크, 2014년 스위스와 유럽중앙은행까지 확산됐다.
마이너스 금리의 주택담보대출도 등장했다. 덴마크의 한 은행은 10년짜리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마이너스 0.5%에 제공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말은 대출을 받으면 돈을 갚아야 하기는 하지만, 갚을 때는 빌린 돈보다 적게 갚으면 된다는 뜻이다.
스위스의 한 은행은 고액 예금자에게는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0.7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덴마크에도 고액 예금자에게는 연 마이너스 0.6%의 금리를 적용하는 은행이 있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의 채권은 흔하다.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채권 금액이 세계적으로 17조달러 규모라고 한다. 일본은 정부 발행 채권의 70%가 마이너스 금리다.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말은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한 사람들은 만기 때 원금에서 마이너스 이자만큼을 제외한 금액만을 돌려받게 된다는 뜻이다. 갖고 있으면 당연히 손해를 보는데 이게 팔린다.
사실 따지고 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보통 은행에 예금할 때 어디가 제일 이자를 많이 주는지 본다. 반대로 예금하면 이자를 오히려 내야 한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어디가 가장 손해가 적은지를 비교하게 될 것이다. 지금보다 1년 뒤에 예금하면 금리가 더 떨어질 것 같다면 그래도 지금 예금하는 게 낫다.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가 그래도 미래의 마이너스 금리보다는 손해가 적을 것이다. 그래서 채권도 사고 예금도 하게 된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가 통하는 근본적인 배경은 경기가 빨리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전망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마이너스 금리의 목표는 경기 부양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괜히 이자만 낸다. 엉뚱한 손해 보기 싫으면 돈을 쌓아두려 하지 말고 그냥 쓰라는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마이너스 금리로 경기 부양의 효과가 나타난 적이 없다. 적어도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로 경기가 나아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돈을 쓰는 대신 금고에 넣거나 부동산만 사들였다.
사실 마이너스 금리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자산 인플레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잘 모른다는 뜻이다.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이제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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