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내고 재생에너지 전력생산량 중복계상 꼼수 지적

환경단체들이 정부의 부실한 녹색요금제 설계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린피스, 에너지전환포럼, 기후솔루션 등 환경시민단체는 7일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제도 도입취지와 정책 기대효과에 반하는 형태로 녹색요금제를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녹색요금제와 관련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확대하지 않은 채 재생에너지 전력생산량을 중복계상하는 꼼수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는 지난해 4월 녹색요금제 도입을 발표, 지난해 11월부터 기업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색요금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바탕으로 별도요금(녹색요금)을 책정해 기업과 가구에 공급하는 정책이다.

환경단체들은 녹색요금제의 가장 큰 허점으로 ‘재생에너지 소비인증서(REGO)’ 설계를 들었다. 한전이 REGO 발행 대상에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사들인 전력도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녹색요금제 아래에서 기업들은 한전에 REGO를 구입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해 한전에 공급하면, 한전은 독점 매입한 재생에너지 전력에 기초해 REGO를 발행, 웃돈을 붙여 기업들에 판매한다.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대형 발전사들은 올해 기준으로 총 발전량의 7%을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설비 부족으로 미처 채우지 못한 전력량은 REC를 매입해 충당하고 있다. 이들이 사들인 REC는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녹색요금제안에 따르면, REC 거래로 이미 정산이 끝난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해 다시 REGO를 발행해 사기업에 팔 수 있다. 중소 태양광 발전소 등 기존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REC와 REGO로 2번 거래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늘지 않고 서류상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량만 늘어난다는 것.

이는 기후위기 해결에 나선 전 세계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자칫 한국은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녹색요금제롤 도입해 REGO를 발급한다고 하더라도 REC 발급된 발전설비는 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환경단체들은 입을 모았다.

재생에너지 발전총량은 늘지 않은 채 온실가스 배출량만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질곡을 막으려면 재생에너지 설비가 실질적으로 늘어난 부분에 한해 REGO를 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단체들은 정책 목표만큼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총량은 삼성전자 전력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확대되지 않다 보니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환경단체 측의 설명이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부터 녹색요금제 대신 기업 전력구매계약(PPA)을 도입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성명서에서 “지금이라도 허점 투성이 녹색요금제보다 기업PPA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개시할 것을 산업부에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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