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기후 위기 겪어야 하는 청소년의 절박함 들어달라”

청소년기후소송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김도현(왼쪽), 윤현정 활동가가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청소년기후소송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김도현(왼쪽), 윤현정 활동가가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청소년들이 직접 팔을 걷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의 청소년들은 최근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은 위헌”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 현행법령은 청소년의 생명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 같은 청소년들의 활동은 기후위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어른들에게까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앞으로 더 오랜 시간 기후위기 속에서 살아야 할 청소년들의 절박함을 읽은 것.

어른들의 다소 소극적인 기후행동에 대해 청소년들이 따끔한 지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청소년기후행동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현정 활동가(만 15세)와 김도현 활동가(만 16세)를 만나 국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의견을 듣고, 어른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짚어봤다.

▶청소년기후행동에 대해 소개해달라.

윤현정 활동가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 위기의 시급성에 공감한 청소년들이 모여 2018년에 만든 조직이다.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 사회적 행동에 나서고자 한 청소년들이 모여 공식적인 단체 형태로 발전했다.”

김도현 활동가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를 알리고 정부, 기업, 개인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 3월 15일, 5월 24일, 9월 27일 등 지금까지 세 차례 대규모 결석 시위를 열었고, 작년 8월부터 9월까지는 매주 주말 거리에서 작은 캠페인을 벌였다. 얼마 전인 3월 13일에는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청소년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 소원을 내기도 했다.”

▶어른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뒤로 하고 성공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현정 “아직까지 청소년들의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활동을 하며 학교와 갈등을 빚는 등의 일도 발생한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청소년의 이미지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같은 활동을 했을 때 관심을 가져 주시고, 청소년들이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을 아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활동이 더 성공적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도현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와 저 같은 청소년들의 온도 차가 굉장히 크다. 가장 오랜 시간 기후변화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당연히 더 절박하고,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진정성이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현정 “우리나라는 지금 OECD 국가 중 5위 규모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부문이 다른데, 한국은 단연 에너지다. 에너지원 중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 화력 발전소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주범이다.”

도현 “정부가 최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내비추긴 했지만, 매우 불충분한 수준이다. 지금도 여전히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 7기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지않나.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50년이 되어도 석탄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파리 협정을 달성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국제 사회 약속과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중 가장 핵심은 에너지전환이다.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정, 도현 “우리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석탄, 석유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텐데, 그들을 위한 일자리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사회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데 있어서, 누군가가 희생되거나 차별 받는 일이 없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최근 미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그린 뉴딜’도 ‘정의로운 전환’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 가운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현정 “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학교를 설득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결석시위 같은 것도 있다 보니, 학교와 담임선생님은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는 것에 우려도 적지 않으셨다. 결석시위 때는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받기 위해 교감선생님께 시위가 왜 필요한지, 왜 교육적인지를 설득했다. 입시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서는 생기부를 위해 이런 활동을 한다는 이미지도 크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이 학업 부담이 크기에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아도 활동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에서 한국의 기후행동은 청소년들끼리 연대하기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힘들다고 생각한다.”

도현 “학업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을 병행하며 버거울 때가 많다. 학교 생활 사이사이마다 시간을 쪼개 집회를 준비하고 전화 인터뷰를 한다. 우리의 행동을 향한 싸늘한 시선과 평가 때문에 힘들 때도 많다. 청소년들이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왔다는 것에 대해 무조건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고, 스펙 때문에 하는 활동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많다. 저희 문제의식이나 요구사항을 듣지 않고, 공격하는 그런 반응들이 속상하다. 한국은 아직까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는 어른들이 적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은 한국에 비해 기후변화에 대한 담론이 형성된 지 훨씬 오래됐고, 우리보다 훨씬 차원이 높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청소년들의 결석 시위에 감명을 받은 노인들이 ‘기후를 위한 조부모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는데, 굉장히 부러웠다.”

▶최근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비판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이 같은 행동에 나선 배경은 무엇인가.

현정 “기후변화를 단순한 과학적 현상이 아닌, 개인의 삶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청소년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 매주 주말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했고, 꾸준히 결석 시위도 열었다. 정부 관계자를 만나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해 보고 국제 행사에서 연설도 했다. 우리 행동의 결과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도움의 목소리를 전하는 사람들도 늘었지만 정작 정부는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고 느꼈고, 소송을 통해 명확한 책임을 묻자는 내부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우리와 기꺼이 뜻을 함께 하겠다는 변호사들도 만나서, 더욱 구체적인 소송 계획을 짤 수 있었다.”

도현 “정부의 안일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청소년들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청소년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 소원이다. 이번 소송을 통해 원하는 건 당연히 정부가 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최소한 파리 협정 기준에 맞게 감축 목표를 높여야 하고, 책임 있게 이행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전 정부는 2009년에 세워놓은 2020년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아무런 설명도, 조치도 없이 폐기해 버렸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활동계획과 포부를 들려달라.

현정 “앞으로도 우리는 미래에 기후위기가 존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활동들을 해나갈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앞으로의 활동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도현 “코로나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는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인데, 대신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한다. 현재 우리 홈페이지에서 소송 원고들을 응원하는 온라인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SNS를 통한 디지털 스트라이크, SNS 챌린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조금 더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 청소년들도 각자의 지역에서 기후 행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해외 청소년 단체들과도 적극적으로 연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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