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구조개편 날짜와 같은 날 창립...코로나19로 행사는 간소화·취소
구조개편 놓고 ‘백가쟁명’...앞으로 몇 년이 중대 기로
한쪽에서는 시장기능 확대, 다른 쪽은 공공성 확대 요구

지난 2001년 4월 2일 전력산업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한국전력공사 발전사업 부문이 분할된 지 정확히 19년이 지났다.

당시 설립된 전력거래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은 2일 19번째 창립기념일을 맞이했다.

이들 기관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창립기념일 행사를 대폭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전력거래소, 한수원,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은 창립기념행사를 온라인 플랫폼이나 사내방송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창립기념일을 맞이해 수여하는 모범직원상을 전달하는 식순도 생략했다”며 “창립기념사는 물론이고 모범직원상 수상자 명단도 영상을 통해 송출함으로써 완전한 비대면 행사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으로 창립기념행사를 기획한 다른 기관들과 달리 남부발전과 동서발전은 창립기념행사 생략을 선택했다.

남부발전과 동서발전은 창립기념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대신 서면으로 창립기념사를 직원들과 공유했다.

신정식 남부발전 사장은 서면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회사 창립 축하 인사를 직접 대면하지 못하고 서면으로 대신하게 된 점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을 공급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단 1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 확산방지를 위한 대책을 충실히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들 기관의 19주년 창립기념일은 주목받지 못했지만 업계에서는 올해를 포함한 앞으로의 몇 년이 발전업계에서 중요한 변화가 이뤄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기존 전력시장 제도 도전 직면

문재인 정부 들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기존의 전력시장 제도가 도전에 직면한 게 가장 주된 이유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가 발전원으로 주목받으면서 기존의 원자력·석탄 등 기저발전원을 중심으로 설계된 전력시장 제도에 대한 변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우선 신재생이 확대되면서 전력시장의 ‘하루 전 시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발전 확대에 따라 비중앙급전과 자가발전 규모도 늘어나면서 하루 전에는 정확한 전력수요를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일부 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 과도한 재생에너지발전량에 따른 돌발상황이 속속들이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런 돌발상황이 필연적인 만큼 시장제도 개선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근본적으로는 현행 변동비반영시장(CBP)이 전력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도입된 ‘과도기적 제도’였다는 지적이 있다.

전력산업구조 개편은 최초에 발전 분야를 시작으로 전력시장을 전부 개방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발전 분야 이후의 시장개방은 이뤄지지 않았고 시장개방을 전제로 구성된 시장제도가 19년 동안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전력산업 공공성 강화를 위한 움직임도 강화돼

반면 한쪽에서는 한전을 중심으로 하는 재통합을 통해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다시 강화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최철호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달 “한전 재통합을 통해 에너지전환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공약해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전력노조를 필두로 발전공기업 등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력산업정책연대는 이런 최 위원장의 큰 그림에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발전공기업 노조는 에너지전환에 따라 노후 석탄화력이 폐지되면서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전공기업의 상황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통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전력시장에 진정한 의미의 ‘시장적 요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다른 쪽에서는 ‘한전 재통합’을 통한 전력산업의 공공성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미완의 전력산업구조 개편이 내년이면 정확히 20년이 되는 만큼 시장기능 확대든 공공성 확대든 앞으로 뜨거운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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